기후변화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다소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탈퇴를 선언했던 파리협정에 복귀할 여지가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앞서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겔 아리아스 카녜테 유럽연합(EU) 기후행동·에너지 집행위원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 조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파리협정에는 모두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11월 공식 발효된 협정에서 미국은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주장해왔으며, 파리 기후변화협정이 환경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파리협정 탈퇴를 시사했고, 지난 8월 4일에는 유엔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이같은 트럼프의 결정은 전세계에서 비판을 받았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하는 미국의 탈퇴는 파리 협정의 실효성을 자체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에서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17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올바른 조건에서라면 (협상 복귀가) 가능하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맥매스터는 “대통령은 에너지와 기후변화와 관련한 효율적 접근을 찾고 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더 나은 조건을 내걸고 있기는 하지만 이같은 고위관료들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선탈퇴 후협상'에서 '선협상 후탈퇴' 쪽으로 크게 변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교 올림픽’으로 불리는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이 유세 기간부터 일관되게 기후협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만큼 파리협정 잔류와 관련해 파격적 입장 변화를 보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외신은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