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소리 멈췄다]<르포>“대한민국서 아이 키우기 싫다”

2017-09-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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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낀 추석, 어린이집 문 닫아 걱정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두번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18일 오전 지자체ㆍ중소기업 협업형 직장어린이집인 서울 구로구 사랑채움어린이집을 방문해 등원하는 어린이, 부모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가 왜 애를 안 낳는지 아세요? 양육비, 경력단절, 그런 것보다 우리 아이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경쟁에 치이며 살게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적어도 우리들처럼 살지 않았으면 해요.”

한 어린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장관을 보며 학부모 한사람이 긴 한숨을 쉬었다. 18일 서울 구로구청 내 어린이집에서 만난 그는 이렇게 털어놨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대학입시에 맞춰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 이들이 커서는 바늘 구멍같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또 다시 경쟁해야 하는 사회에 내몰기 싫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실제 일 끝나고 집에 오면 9시가 넘는데 오후 6시면 아이를 데려와야 한다. 아이를 혼자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번 퇴근을 일찍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돈이 많이 들더라도 영어에 피아노, 태권도 등 학원 여러 개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교육도 그렇지만 딱히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현재 직장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데, 5살 되면 다른 어린이집에 가야한다.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는데... 다시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 적응하는 데 힘들어할게 뻔하고, 왜 연령제한을 두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맞벌이는 보편화돼 있다. 주택, 양육비, 생계비 등을 충당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부부이기 앞서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인간이기도 했다.

때문에 소위 단 한 번의 쇼로 저출산을 극복하자고 말하는 경제 부처 장·차관들을 보는 이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아이를 믿고 맡길 곳, 원하는 시간에 맡기고 찾을 수 있는 육아 시설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학부모는 “이번 추석은 임시공휴일까지 껴서 정말 걱정이에요. 연휴 동안 어린이집 문을 닫는데 10일 동안 아이를 어디다 맡겨야 할지 까마득합니다. 우리 같은 맞벌이에게는 차라리 휴일이 없는 게 나아요”라고 말했다.

세 자녀의 엄마인 한 직장 여성은 "회사에서 정시 퇴근을 장려하기 위해 오후 6시만 되면 음악을 틀지만 정작 직장에서는 이를 원하지 않죠"라며 "그나마 지금 다니는 회사는 정시 퇴근을 허용하는 분위기라 셋째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출산, 육아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는 사업주도 마찬가지였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우리 같은 소규모 기업은 여성 직원 몇 명이 출산이나 육아휴직을 쓰면 부서별로 여력인원 빼 올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출산 후 1년 휴직하면 직원 1명을 더 써야할지도 고민인 게 휴가 쓰고 금방 관두는 경우가 있다며 이래저래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국가가 아무리 노력해도 6시에 퇴근을 하지 못하는 엄마가 있는 등 사각지대가 발생해 고민스럽다"며 "보육 문제에 있어 국가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거시적이고 세심한 출산·양육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영주 일생활균형재단 소장은 “선진 서구사회는 수십, 수백년동안 성평등 시스템이 정착돼 있는 상황에서 출산 정책을 편다”며 “한국은 성평등 문화나 기업고용문화가 전혀 연계 안된 상황이다 보니 정책과 현실이 분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웨덴은 육아휴직을 부모가 같이 사용하면 양성평등보너스를 주고, 남성 육아휴직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기업 고용문화가 가정 친화적으로 바뀌고, 젊은 부부들이 집 장만할지, 애 낳을지 고민하지 않게 주거정책과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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