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성NGO연합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기존 결혼 관념을 넘어서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수용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동거혼 제도 도입의 필요성까지 심도 있게 다뤘다. 이날 토론회에는 부산 시민을 비롯해 인구정책 전문가, 대학교수, 부산연구원 연구위원, NGO단체 회원, 언론인 등 약 70여 명이 참여해 인구 절벽 위기 속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부산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향을 모색했다.
부산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에 직면해 있으며, 특히 6대 광역시 중 처음으로 인구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도시다. 이에 부산여성NGO연합회는 부산이 직면한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부산에 적합한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부산여성NGO연합회 김영숙 대표는 “결혼과 출산 장려를 위해 '선결혼 후출산'이라는 통념을 바꾸고자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며, “기성세대의 결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세대 간 지속 가능한 공존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등 유럽의 사례를 참고해 제안된 등록 동거혼 제도는 이번 토론회의 핵심 안건이었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유교적 가치관에 따라 강하게 연계해 왔으나, 이번 토론회에서는 미혼 출산과 동거혼 등 새로운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강한균 (사)서부산경제발전연구원 이사장 겸 인제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및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짚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가치 변화, 정책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저출산의 원인을 여러 요인으로 분석했다. 첫째, 주거비와 교육비의 증가, 불안정한 고용 상황 등 경제적 부담이 저출산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이러한 부담 속에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개인주의적 성향의 확산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선택의 문제로 여기는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가 출산을 꺼리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사회적 가치 변화와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해소, 주거 안정성 확보,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 조성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거 및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문화를 조성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또한 사교육비 부담이 출산율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며, 핀란드와 같은 교육 체계를 벤치마킹해 상대 평가 대신 절대 평가를 도입함으로써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사교육 경쟁이 줄어들면 주거 비용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며, 교육 체계와 주거 문제가 연결돼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의 저출산과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인구 수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이다. 강한균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 전반의 개혁과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여성NGO연합회는 오랜 시간 여성 권익 향상과 복지 증진을 목표로 활동해 온 단체로, 이번 행사를 통해 부산의 저출산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 소멸 위기 해결에도 기여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