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에 대해 신중론이 대두됐다. 통상수장의 입에서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WTO 제소 여부에 대해 "제소할 건가 안할 건가는 옵션으로 항상 갖고 있지만, 어떤 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지 아주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카드라는 것은 일단 쓰면 카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중국의 사드 보복을 제어하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FTA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겪어야 할 과정"이라며 "이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힘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기업들이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의 통관법·규정을 100% 맞출 수 있는 노하우를 얻어 강해졌다고 설명하고서 "중국에 대한 전문성이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교차로로 균형을 잘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해양세력과 긴밀한 협조 아래 잘해왔다"면서 "해양세력과 긴밀한 관계 유지도 중요하지만, 대륙세력과의 관계도 긴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해양세력과 중국을 위시한 대륙세력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중국과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본부장은 중국과의 경제협력 방안으로 한국의 인천과 중국의 상해 등 자유무역구가 있는 도시 대 도시의 FTA를 제안했다.
국가 대 국가가 체결하는 FTA 전략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틀의 통상협력 방안을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예를 들어 인천의 자유무역구와 중국 상하이의 자유무역지구 등 일종의 도시 대 도시의 FTA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미국의 한미 FTA 개정협상 요구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렇지만 모든 협상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니까 준비는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서로의 니즈(needs)가 뭔지 파악하면서 점차 협상할 예정"이라며 "우리가 (FTA와 무역적자의) 인과관계에 대한 공통 연구 분석을 하자고 요청했고 그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공동위원회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하나하나 확인하거나 부정(confirm or deny)하면 협상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요구를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의회 동의 없이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법이라는 것은 항상 해석이 일방적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양쪽으로 다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과 언제 개정협상에 착수할 것이며 협상의 유불리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는 "국운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맡기 위해 포기한 WTO 상소기구 위원에 한국인 후임을 앉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국제기구가 됐든 해외에 진출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