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P2P 금융사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규제에서 살짝 비켜 있고, 대부업보다 금리가 낮은 P2P 금융사로 차주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풍선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13일 한국P2P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54개 회원사의 개인 신용대출 누적액은 8월 말 기준 1764억원으로 한 달 동안 143억원이나 증가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이다. 7월 121억원, 6월 107억원, 5월 121억원, 4월 115억원, 3월 139억원, 2월 104억원, 1월 99억원이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LTV와 DTI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줄어들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개인 신용대출을 받고 있다"며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거부됐거나 혹은 대출을 받았더라도 금액이 부족하면 P2P 금융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된 반면 신용대출은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 잔액은 7월 말 185조7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3조4000억원 늘었다. 증가액이 7월 1조9000억원보다 크게 늘면서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1월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저축은행도 올 2분기부터 총량 규제가 도입된 뒤 7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가계대출 증가폭이 적었으나 8월 들어서는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금감원 속보치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8월 한 달간 가계대출이 4조원 증가했다.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가계대출 대부분은 개인 신용대출이다.
P2P 금융으로의 풍선효과는 주택담보대출에서도 나타난다. P2P 금융의 주담대는 대부업 대비 금리가 낮고 LTV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한국P2P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개인 부동산담보 대출의 누적대출액은 8월 말 기준 966억원으로 전달(895억원) 대비 7.96%(71억원) 늘었다. 7월에 전달 대비 13억원(1.49%)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증가 규모가 5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개인 부동산 담보 대출을 취급하는 회원사도 7월 29개사에서 8월 31개사로 늘었다. 이 가운데 전달 대비 성장률이 두 자릿수가 넘는 곳은 12곳이다. 100% 넘게 증가한 업체도 3곳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자 가이드라인이 도입되고 잠시 성장세가 위축됐던 P2P 금융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다.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P2P 금융 시장은 8월 1401억원을 취급하며, 누적대출액이 총 1조6741억원에 달했다. 가이드라인 시행 전인 올해 1~5월의 평균 취급액 1328억원보다 73억원을 더 취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8·2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고 한 달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풍선효과를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주택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돈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이나 대부업보다 금리가 낮은 P2P 금융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