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용산공원 조성, 영동대로 지하화, 서울역 통합개발 등 굵직한 도시재생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같은 정당 소속으로 정치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 전 정권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던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도시·주택·교통 등 양 기관의 공동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토교통부-서울시 핵심 정책협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회의는 지난 7월 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양 기관의 현안 해결을 위해 협의하겠다고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회의에는 국토부에서 손 차관을 비롯해 기획조정실장과 주택도시실장 등이, 서울시에서 이 부시장을 비롯해 안전총괄본부장·주택건축국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회의에서 논의할 10대 과제는 △용산공원 조성 △광화문광장 프로젝트 △촘촘한 주거 안전망 구축 △스마트시티 기반 구축 및 해외진출 협력 △도시재생 뉴딜 △노후기반시설 재투자 △도시정책 개선 △영동대로 일대 복합개발 △서울역 통합재생 및 도시철도망 개선 △도시권 교통문제 해결 및 교통 약자 보호 등이다.
특히 그동안 국토부와 서울시 사이에 갈등을 겪었던 용산공원 조성 사업과 관련해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가 갈등을 겪은 대표적인 사례도 용산공원이다. 지난 정부에서 시는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계획의 수정을 요구했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시장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박 시장은 직접 용산공원을 둘러보겠다며 부지 답사 요청을 했고, 국토부는 시가 미군과 직접 협의할 사안이라며 답변을 내놓지 않기도 했다.
결국 지난 2월 박 시장이 서울시장 가운데 처음으로 용산미군기지를 방문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만나 면담하면서 공조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이처럼 양 기관이 머리를 맞대기로 한 만큼 앞으로 관련 현안들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현안 가운데 국토부와 서울시의 공통분모인 도시재생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전국 도시재생 사업 후보지 2241곳 가운데 서울의 후보지는 333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앞서 지난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국토부가 연내 새로운 도시재생 사업지 선정은 없다고 밝히면서 가장 많은 사업지를 보유하고 있는 시와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광화문 시대'에 맞춰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연계한 TF 구성, 국비 지원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등도 다뤄진다.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임대주택 공급에 맞춘 신혼부부와 청년 대상 공적임대주택 후보지 발굴과 광역급행철도망(GTX)-C 노선 추진도 논의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GTX 사업은 김 장관이 취임 초부터 추진 의지를 밝혔던 사업이기도 하다. 지난 7월 김 장관은 시승행사에 참여해 수도권 전철 급행화 추진방안을 제시하며 2025년까지 GTX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교통 인프라 확충을 통해 출퇴근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GTX가 김 장관의 지역구인 일산에서 호재로 꼽히고 있는 만큼 일각에선 '지역구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TF는 도시·주택건축·인프라·교통 등 4개 분야로 나눠 실무 TF를 운영하며, 2개월마다 전체 회의를 열어 성과를 점검할 예정이다.
손 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각각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게 다를 수도 있다”며 “국민들의 실생활에 밀착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국토부와 종합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가 맞대 현안을 상의할 수 있어 의미 깊다”고 말했다.
이 부시장도 “서울시의 현안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국토부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그동안 문제 해결에 대한 갈증이 있었지만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가 협력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