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8월말 발표 예정이었던 가계부채 대책이 9월에서 추석 이후로 또 다시 연기됐다.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되면 규제 강화 탓에 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은행 입장에서는 2개월 동안 정상 영업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시기가 10월 중순 이후로 미뤄졌다. 8·2 부동산대책 이후 소비 시장에 미친 영향과 신DTI(총부채상환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후의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이런 내용이 한꺼번에 발표될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8·2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에 거래절벽 현상이 생겼고,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사드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출을 지나치게 조이면 자칫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는 반면 은행은 함박웃음이다.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되면 강화된 규제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차주와 금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에서 대출 관련 규정도 대폭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발표한 부동산대책에서도 당국은 "개정 규정 시행 전까지 대출 쏠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편법으로 우회하는 신용대출을 잡는다고 '경고장'까지 날렸다. 생활비 대출 등의 명목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까지 일일이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금융당국의 엄포에 시중은행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은 일단 다음달까지는 여유롭게 대출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주담대를 문의하러 은행을 찾는 차주가 많고 8·2 부동산대책 이후 어느 정도 정책이 시장에 정착하면서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은 보통 4~5월과 9~10월 이사철에 집중적으로 늘어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대책 이후 이사철이라고 예년 수준의 '부동산 대란'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실수요자들은 꾸준히 있는 편"이라며 "부동산대책과 함께 가계대출 억제책을 동시에 시행해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외부 요인 때문에 정부가 대책을 쉽게 발표하지 못하면서 은행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