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 대북 압박과 대화로 문제 해결을 한다는 정부 내 '비핵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만약 미국이 26년 만에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가장 유력시되는 기종은 B61 계열 투하용 핵폭탄이다. B61-12나 이지스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발사가 가능한 W-80이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1기당 2500만 달러(약 282억원)로 추산된다.
'사드 청구서' 논란에 이은 '전술핵 청구서' 논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전술핵은 한국뿐 아니라 미 본토를 향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미국이 추가로 돈을 청구할 근거가 별로 없으며, 하더라도 이 효과를 내세워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술핵 재배치는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폐기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헤쳐나가야 하는 만큼 현실화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한·일 자체 핵무장까지 허용할 수 있다고 나온 것은 중국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한·일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내비쳐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 등 추가 제재를 망설이고 있는 중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미·일 공조를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전략'으로 보고 있는 중국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의 '비수'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으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배치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사드에 이어 전술핵 재배치가 중국의 보복은 물론 일본의 핵무장 등 동북아 ‘핵 도미노’를 불러올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중 관계는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달을 것이며, 북핵 위협을 계기로 역내 안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일본의 움직임도 부담이다.
일본이 미국의 협조로 순항미사일 도입 등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전술핵 재배치가 자칫 일본의 군사력 확대와 한·미 동맹의 축소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미국이 원하더라도 우리가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고 할 상황이 아니다"며 "남북관계가 아니라 동북아 전체 상황에서 우리 국익에 미칠 영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도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와 관련해서 검토한 바 없다"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는)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며 "미국 이지스함에 실린 핵이 북한이 가진 핵보다 훨씬 많은데, 이지스함이 서해에서 핵을 쏘는 거나 전술핵을 들여와서 쏘는 거나 뭐가 다른가. 이미 북한을 압도하는 핵 무력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술핵 재배치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며 "우린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는 상황인 데다, 자칫 한·미 동맹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의심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의 핵 위협이 극단적으로 악화된 상태에서 한·미 동맹과 미국의 확장 억제가 작동하지 않아서 국가 존망의 기로에 선다면, 예상되는 막대한 비용과 무수한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핵무장 방안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북한이 수소폭탄이라는 '절대무기'까지 개발에 성공했고 가까운 미래에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에까지 이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은 생존을 위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아니라 '독자적 핵무장'을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