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정재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에 대해 당분간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에게 한미FTA 폐기를 논의하겠다고 언급한지 나흘만이다.
폭스비즈니스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하여 백악관 관리들이 지난주 내부 논의 끝에 한미FTA 폐기를 당장 처리할 중대 사안으로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는 메시지를 5일과 6일(현지시간)에 걸쳐 상하원 중진 의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미FTA의 폐기 이슈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계속 협정내용의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루 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우리는 한미FTA의 일부를 수정하기 위한 협상을 원한다. 우리가 문제로 여기는 점이 해결될 수 있도록 성공적인 논의가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무역적자 감축을 위한 압박을 계속할 뜻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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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일주일도 안돼 또 다시 입장을 번복하면서 신뢰도 추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엄포가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고 상대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관측통들은 트럼프의 일관성 없는 태도로 인해 생기는 신뢰도 추락의 약영향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통상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례로 트럼프는 대선 기간부터 취임 초기까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두고 폐기를 위협했다가 이후 재협상으로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최근 재협상 논의가 미국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자 다시 폐기로 선회했다.
또한 그는 올해 초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산 강철 및 알루미늄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고 이르면 6월 안에 고관세 부과 등의 고강도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고 구체적 일정도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가 한미FTA를 두고 또 다시 폐기 옵션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은 다분하다. 다만 이번에 미국 정재계의 극심한 반발을 확인한 만큼 협정 폐기가 진지하게 논의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