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금감원이 없던 10년

2017-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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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꽤나 빨리 갔다. 차가운 공기가 한 달쯤 일찍 북쪽에서 내려와 그렇다고 한다. 8월 하순 기온이 평년보다 5도 가까이 낮았다.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1816년에는 봄이 가자마자 겨울이 왔다. 그래서 '여름이 없던 해'로 불린다. 한 해 먼저 폭발한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상기후와 기근, 전염병이 북미와 유럽을 덮쳤다.

올해에는 겨울에 치르던 대선이 봄으로 당겨졌다. 이러느라 화산이라도 터진 것처럼 사회가 혼란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렇게 출범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안정감을 줘왔다. 물론 이렇다 할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늦어진 인사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 새 금융감독원장이 그렇다. 금융위기처럼 큰 재앙을 경고해야 할 곳이 금감원이다. 그런데 정부는 숱한 하마평에 침묵해왔다. 출범 넉 달째인 6일에야 금감원장 후보를 제청했다. 교체가 시간문제인 사령탑 아래에서 금감원은 줄곧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금감원 노조가 드물게 입을 열기도 했다. 9월 들어 처음 맞은 월요일에 원고지로 다섯 장이 넘는 성명서를 냈다. 하루 빨리 금감원장 인사를 마무리하라는 거다. 금감원장 내정설이 돌았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반긴다는, 그가 적임자라는 입장도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 출신이 하마평에 올랐던 때에 비하면 정반대로 돌아섰다. 금감원이 금융위에 끌려다니는 바람에 불거진 '혼연일체' 논란을 잠재울 거라 기대해서다. 즉, 김조원 전 사무총장이 금융위 출신이 아니라 좋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기대와 다른 결론이 났다.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새 금감원장으로 제청됐다.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금감원 노조는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확실성은 금융권에서 여전하다. 정부가 구체적인 금융 정책을 밝히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당장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문제다.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이나 미래에셋그룹처럼 금융지주가 아닌 기업집단이 금융사를 가진 경우가 해당한다. 4년 전에 일어난 동양 사태가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비금융사 부실이 금융사로 전이돼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그런데 이런 사태를 막아줄 통합감독을 두고 두 부처가 다툰다고 한다. 금산분리 면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위보다 훨씬 매파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에 따라 일부 금융그룹은 지배구조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여기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결론은 안갯속이다. 금세 시행한다면서 이러고 있으면 금융권만 난감하다. 정부발 불확실성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금감원 노조가 목소리를 냈을까. 금융위가 매기는 점수에 따라 임직원 급여를 정하는 곳이 금감원이다. 눈 밖에 나면 당장 주머니가 가벼워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많아 보인다. 옮기면 이런 거다. "금융위는 금감원을 장악하려고 은행·보험·증권업 간 갈등을 이용했다. 승진이나 연수를 내세워 직원끼리 반목하게 만들었다. 결국 금융위 사무국에 협조하는 인물만 승진했다." 감독기구는 감시견으로 부르기도 한다. 위기가 닥치기 전에 경고하는 것이 역할이다. 그렇지만 금감원이 금융위에 종속되는 바람에 조선·해운업 부실화를 못 막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뼈아픈 말이다.

금감원이 안 보인다, 이런 얘기는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나오지 않았다. 되레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제기되기 시작했다. '금감원이 없던 10년'이라는 말도 한다. 물론 과장스러운 면도 보인다. 그런데 이런 관점을 받아들이면 새 정부도 자유롭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따지면 지금까지도 금감원은 금융위에 종속됐었다. 애초 정부가 출범하면서 현 금감원장 임기를 보장할 것인지, 새로 임명할 것인지부터 밝혔어야 한다. 금융감독이 뒷전으로 미뤄질 일은 아니었다. 이제라도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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