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리스크 증대와 허리케인 미국 재상륙 예보로 투자가들의 불안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지수'가 급등하고 있다. 더군다나 9월 말 미국 부채 한도 증액 시한을 앞둔 상황에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금리인상 관련 발언이 나오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북핵 리스크에 연이은 허리케인까지··· 지정학적 불안 고조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는 장중 한때 35% 이상 폭등하면서 한 달여 만에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부담이 번지기도 했다. 통상 VIX가 상승하면 증시가 불안해지면서 하락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234.25포인트(1.07%) 내린 2만1753.31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8월 17일 이후 일일 기준 가장 큰 하락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 가까이 하락 마감했다.
이는 북핵 리스크로 인해 지정학적 불안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지난 주말 6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CNBC는 "북한이 2006년 첫 핵실험 이후 가장 강력한 위력을 선보이면서 지정학적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허리케인 '어마(Irma)'가 미 동남부 플로리다주에 상륙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서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 등 기상 당국은 어마의 풍속 등을 고려한 결과 최고 등급인 '카테고리 5'로 발달했다고 관측했다.
최근 미 텍사스주 휴스턴을 강타해 대규모 피해를 입힌 허리케인 '하비'가 카테고리 4에 그쳤던 만큼 어마가 상륙하면 역대 최강 수준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클레이스의 애널리스트인 제이 겔브는 "어마가 2005년 카트리나급의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플로리다주 67개 카운티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미 부채 상한 조정 여부 관건··· 안전자산 선호 당분간 이어질까
미국 부채 한도 증액 문제도 하반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미국 부채 한도는 20조 달러대로, 9월 말까지 한도를 올리지 않으면 새로운 대출과 이자 지급이 어려워져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 부채한도 증액 등이 순조롭게 이어지지 않는다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폭스뉴스, 뉴요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재정 위기를 피하려면 적어도 의회가 9월 말 전에는 부채한도의 상향 조정에 합의해야 한다. 한 달여간의 휴회를 마치고 5일 복귀한 미 의회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러나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이어 인종 갈등을 촉발한 샬러츠빌 유혈사태,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프로그램인 '다카(DACA)' 폐지 등 다양한 현안으로 인해 공화당 내 내홍이 깊어지면서 조속 처리에 대한 비관론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확신이 생길 때까지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금리인상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촉구하는 의견이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불안감을 높였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고용 시장 둔화 등 경제에 실질적 피해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연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연준은 지난 2015년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편 시장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4.10달러(1.1%) 상승한 1344.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9월 22일 이후 최고치로,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