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인 당·청 역할 분담이냐, 조율 실패에 따른 엇박자냐.’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후 대북 노선을 놓고 엇박자를 내는 당·청 관계에 이목이 쏠린다. 북한의 강경 도발로 '한반도 운전대'를 사실상 뺏긴 문재인 대통령은 고강도 대북 제재로 '우회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화·제재 병행론’과 ‘신세대평화론’ 등 대화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사전 조율 없는 엇박자일 경우, 당·청 관계는 갈등의 지뢰밭으로 빠진다. 대북 정책의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구상은커녕 한반도 운명의 주도권마저 실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文대통령 ‘최고의 응징’··· 제한적 대화론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는 지난 3일 북한의 핵무장 마지막 단계로 추정되는 제6차 핵실험 때부터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즉각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의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하루 뒤 북핵 제재를 위한 실질적인 대응조치로 꼽히는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500㎏) 해제’를 미국으로부터 끌어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10시 45분부터 40분간의 통화에서 도널드 미국 대통령과 이같이 합의했다. 또한 △핵추진잠수함 도입 추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화 전개 논의 △원유 공급 중단 요청 등도 청와대가 취할 수 있는 추가적 조치다. 사실상 역대급 고강도 대북 제재인 셈이다.
다만 대화 기조는 ‘제한적’으로 유지했다. 기존의 대화·제재 병행론에서 후자로 선회했지만, 전자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핵무장론 여부를 선택할 공을 받았음에도 ‘남북 군사 실무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의 중단을 지시하지 않은 이유도 신(新) 베를린 구상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靑 고강도 제재→黨 병행론··· 野 “추미애 왕따”
집권당은 문 대통령이 ‘북한 고립’을 언급한 것과는 달리 ‘대화론’을 재차 천명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미 특사 동시 파견’을 주장했다. 또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이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지킨다는 공동의 목표로 뜻을 모아 당면한 안보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대해선 “철없는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당 내부에선 ‘전략적 엇박자’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청 조율 끝에 나온 역할 분담이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북한이 사실상 레드라인(한계선)을 밟은 상황에서 선택지가 없는 문 대통령은 ‘강경 노선’, 지지층 이탈을 막아야 하는 당은 ‘병행론’ 포지션을 취하는 ‘투 트랙 노선’을 택했다는 얘기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강력 대응하고 당은 대화와 타협 기조를 유지하는 투 트랙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조율 안 된 엇박자는 문제”라면서도 “당·청 역할분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야권도 물러서지 않았다. 보수야당은 이날 당·청 간 대북정책 엇박자를 고리로 총공세에 나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는 각각 “정권 내부에서 일어나는 엇박자를 종식하라”, “대통령은 압박, 여당 대표는 대화를 구걸하고 있다. 코미디를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것과 관련해 “추 대표를 왕따시켰다. 대통령이 잘한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