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엔 안보리는 북한 외화수입의 3분의1을 차단할 것으로 추산된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북한의 위협에 맞서 국제적 단결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놓고 국제사회의 균열이 다시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미국이 속전속결로 고강도 대북 추가제재안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난색을 표시하면서 서방 진영과 중·러 간의 격돌이 예상된다.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9일을 전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추가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은 각국에 북핵 위협에 맞서 신속한 대응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신규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이번 주 회람하고 11일(현지시간) 표결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BBC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중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이슈와 관련해 “제재 시스템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미국의 초강경 제재 추진에 대해 “실효성이 없는 조치”라며 반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외부의 압력으로 북한의 노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실리 네벤샤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역시 안보리의 신규 결의안을 11일 표결하겠다는 미국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중국도 대북 추가 제재에 소극적이다. 중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외교부 성명을 통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으나, 관영매체들은 대북 제재를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원유 금수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을 끊을 경우 북한의 체제 붕괴로 북·중 접경 지역 난민 유입되고 동북아 안보 균형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대북 추가제재의 한계를 어느 정도 인정했으나 제재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헤일리 대사는 5일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제재가 북한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신규 제재가 통과될 경우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거론되는 대북제재 카드로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북한 노동자 송출 전면 금지, 북한과 불법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 제재 등 북한 정권으로 유입되는 자금줄을 옥죄는 데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내세워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면서 대북 신규 제재를 위해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일본도 거들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핵 위험을 정국 위기를 타개할 기회로 삼아 각국 정상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공조를 확인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러시아를 방문해 7일 푸틴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제한에 대한 협력을 촉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군사적 옵션과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거론하는 마당에 마지막 남은 대북 제재 카드인 원유 공급 중단 문제에서 일정 부분 양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5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의 전화회담에서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제재 결의에 대해 "군사적인 해결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6일 보도 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지금은 북한과의 대화에 초점을 맞출 시점이 아니다"고 밝혔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외교 및 경제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북한과의 대화는 백악관의 초점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