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것으로 관측됐으나, 결국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뒤로 미뤄졌다. 이에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한은은 31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0.25%포인트를 인하한 이후 14개월째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준금리에 대해 현상 유지를 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긴축 흐름이 주춤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도 한은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북한 미사일 도발로 최근 북핵 리스크가 급부상한 요인이 컸다. 이 총재는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며, 상당한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국내 기준금리도 올해를 넘겨 인상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 9곳 중 7곳은 내년 상반기에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추경 지원과 집값을 잡기 위한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미칠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선진국의 속도 조절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다만, 이 총재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을 시도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완화 기조 장기화시 금융 불균형 심화'로 인상 시그널을 재확인했다"며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으로 10월 금통위 수정경제전망 확인이 필요하고, 대출 증가율 둔화가 가시화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에는 기존의 의견을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3% 성장률 달성에 대해 단정적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는 10월 수치를 다시 발표할 것이고 현재는 여러가지 지켜봐야 할 요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상향한 이후, 추경이 집행되면 0.2%포인트 추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대내외 여건 변화가 생기며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성장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글로벌 경기회복세와 추가경정예산 집행을 꼽았으며, 하방리스크 요인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예상보다 경기가 회복할 수 있는 요인과 위축될 수 있는 요인이 함께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층 고조됐고 사드 갈등 부작용도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결국, 경제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질 요인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하방리스크가 늘어나면서 이를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금융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이 힘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이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물가도 목표 수준에 안착된다면 뚜렷한 성장세라고 하는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전망하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2.8%로 잠재성장률 수준이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중기 목표치인 2%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