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북부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본 정부가 29일 이번 사례를 '전례 없는 심각하고 중대한 도발'로 규정,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40여분간 통화를 하고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베·트럼프 "역대 최악 폭거···압박 강화"...대북 견제 판 커지나
그러면서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부터 미사일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만반의 태세를 취해왔다"며 "국민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 당국은 현재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러트)을 통해 긴급 상황을 전파하는 한편 피해 상황을 수집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그동안 북한이 타격을 예고해왔던 미국령 괌이 아닌 일본 상공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배경에 대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적은 있었지만 발사 방향이나 시간 등을 국제기구에 통보하지 않고 무단 발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언론들도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 대륙을 겨냥한 것 같지 않다"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어 일본 정부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과 거래하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아프리카 나미비아의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북제재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발사' 아베 도와주나···발빠른 피난령으로 안보 우선 천명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것은 2016년 2월 이후 1년 반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NHK,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이 일제히 긴급 속보를 타전한 가운데 일본 국민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된 이유다. 홋카이도 등 일본 북부 지역에서는 일부 휴교령도 내려졌다.
북한이 전례 없는 군사 작전을 편 가운데 이번 북한의 도발이 아베 정권에 있어서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현재 아베 총리 지지율은 지난달 기준 35%대로 곤두박질친 이후 반등하지 못하는 상태다. 사학비리 스캔들과 불통 리더십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북한 도발이 '군국주의'를 강조하는 아베 정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그 동안에도 '한반도 위기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유사시 훈련을 진행하거나 한국에 입국하거나 체류할 사람을 대상으로 주의를 당부해왔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전화회담을 통해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 압박을 강화해 나갈 때"라며 "미국과 일본이 동맹국으로서 100% 함께 할 것"이라는 입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대북 제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보리는 29일께 긴급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어서 대북 제재 수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