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날이 더울수록 좋아요. 통풍시트가 더 잘나가기 때문입니다"
지난 28일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위치한 갑을메탈 전장공장에서 일하는 한 직원에게 무더위를 이겨낸 방법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이곳은 1987년부터 일본계 회사와 합작으로 설립해 모터코어와 자생철심(트랜스포머 코어)을 생산했고, 두 차례 주인 변동을 거쳐 2010년부터 지금의 갑을메탈이 이끌고 있다.
지하 2층과 지상 2층, 총 4층 규모의 전장공장에서는 일명 '바람이'라고 불리는 통풍시트용 블로워모터(SVHM)와 뒷좌석 에어컨 강도를 높여주는 '후속 공조 부스터(VBM)'를 생산한다.
지하 1층 통풍시트를 만드는 공장은 태양이 작열하는 바깥과 달리 예상외로 쾌적했다. 통풍시트에 들어가는 PCB기판(컨트롤러) 보호를 위해서 22~28도의 실내온도와 40~60%의 습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약 20m 길이의 'ㄱ'자 모양의 자동화라인에는 제품 조립 작업에 열중하는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직원들도 정전기에 의한 제품 불량을 막기 위해 하늘색 반팔 제전복에 검정색 하의, 제전 슬리퍼와 정전기 방지 팔찌를 찬 모습을 볼 수 있다.
10여 명의 직원들은 자동화가 힘든 임펠라 조립 작업, 튜브와 커넥터 조립, 완조립 작업 등을 담당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SVHM은 현대차 구형 투싼을 시작으로 아반떼(AD), 기아차 K7, 제네시스 G80등 8개차종 등에 납품된다.
팽현성 갑을메탈 전장사업 총괄은 "이곳에서는 시간당 75 개의 '바람이'가 생산된다"며 "전제품이 바코드화 되어 실시간으로 이력관리 되고,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여러 단계의 검사를 통해 최고의 품질의 제품을 생산한다고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완성된 모든 제품은 지하 2층으로 이동해 1시간 동안 실테스트(에이징)와 감성품질 테스트 관문을 통과해야 납품된다. 감성테스트는 30dB 이하로 방음처리가 된 '이음검사실'에서 진행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정재욱 품질관리팀 주임은 "감성 품질은 기계가 판단할 수 없어서 사람이 직접한다"며 "하루 1000개 이상의 블루워모타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는데, 미세한 잡음이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제품을 돌려 보낸다"고 설명했다.
갑을메탈은 이런 깐깐한 품질 향상 노력으로 불량률을 60~80PPM(1PPM=100만분의 1)으로 낮췄다. 즉 1만개 제품을 만들 때 1개의 불량품도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아서 2015년 6월부터 다임러 벤츠에 VBM을 납품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라인은 향후 물량증대에 대비하여 2층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벤츠의 SUV의 GLK와 B·C클래스에 들어간다. 같은해 12월부터는 E클래스에도 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추가적인 납품 계약을 따내서 벤츠 SUV인 GLE에도 본격적으로 들어가고, E클래스 납품 물량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갑을메탈은 다임러의 물량을 맞추기 위해 10억원을 들여 신규라인을 증설중 이다. 올해는 VBM 8만5000여개를 생산하고, 내년에는 약 28만개를 생산 목표로 잡고 있다.
갑을메탈은 전선용 소재 사업이 주력이며, 자동차용 전장품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갑을메탈은 올해 약 40억원을 투자해서 신규제품 라인 투자와 기존 라인 증설을 진행중 이다. 전장부문 매출액도 지난해 340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370억원으로 약 10% 성장이 예상된다.
팽현성 사업총괄은 "5년 내 독자적인 기술체계를 구축해서 통풍시트용 블로워모타를 비롯한 다양한 전장품을 디자인부터 신뢰성 평가 까지 개발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시장이 줄어드는 프레스 부문도 향후 전기차 코어 개발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