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10년만에 동반성장...드라기 "보호무역주의 경계"

2017-08-2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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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회복세 견고...잠재 성장률 유지위해 보호무역 경계 필요"

연준·ECB 등 중앙은행 긴축 신호 없어..."규제 강화" 한 목소리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오른쪽)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연합/AP]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전 세계 40여개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참석한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에서 글로벌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 세계 주요국 경제가 10년 만에 동반 성장하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광범위한 글로벌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 원만한 성장...보호무역 주의는 경계해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그랜드타턴 국립공원에서 열린 연설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견고함을 보이고 있다"며 "더 높은 잠재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보호무역 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호무역주의로 전환될수록 지속적인 세계 경제의 지속적 잠재 성장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보호무역주의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형성되고 있는 민족주의 흐름을 경계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 무역 적자를 줄이고 미국 제조업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한미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등 무역 협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의 이번 발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세계 경제가 동반 성장하고 있다는 최근 분석들과 궤를 같이하는 진단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3.5%, 3.6% 수준으로 전망한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적하는 45개 주요국은 올해 나란히 성장 궤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33개국은 전년 대비 성장률이 상승할 전망이다. 특히 장기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그리스도 올해 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에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국제 채권시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같은 전통적인 경제 강국뿐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그 동안 경제가 부진했던 국가로도 경제 회복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WSJ는 "45개국 모두가 성장세를 보이는 등 동반성장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처음"이라며 "저금리 정책 등 세계 중앙은행들의 부양 정책을 통해 경제 회복세가 세계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점진적으로 탈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회복의 효과는 일본의 자동차업체, 인도네시아의 석탄 채굴업체, 독일의 지게차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돌아가고 있다.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이 낮고 중앙은행들도 긴축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만큼 당분간 성장 궤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또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 회복도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 등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IMF의 글로벌 원자재 가격지수는 연초 대비 27%나 급등했다.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인 철광석은 지난 5월 대비 가격이 30% 이상 뛰었다. 브라질은 올해 0.3%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뒤 내년에는 2%까지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IMF는 전망한다.

글로벌 경제 회복은 증시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는 올해에만 10% 올랐고 터키, 홍콩, 아르헨티나, 그리스, 폴란드는 상승률이 두 배에 달했다.

다만 이 같은 글로벌 동반 성장이 끝없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과거에도 겪었듯 경기 호황에 따른 주가 급등이나 부동산 과열이 금융 위기로 이어져 경제가 곤두박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 호황이나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경고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미국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의 고삐를 세게 쥘 경우 유동성 고갈에 시달릴 위험도 있다. 막대한 통화 부양책 속에서 중앙은행들의 보유 자산은 금융위기 이전의 4배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옐런·드라기, 통화정책 언급 없어..."금융 규제 필요" 한 목소리

지나 주 개최된 잭슨홀 미팅은 매년 열리는 경제정책 심포지엄 이벤트지만 이번 회의에는 특히 더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마지막 참석 기회였던 데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3년 만에 참석하면서 통화정책 방향 변화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시장 기대와는 달리 옐런 의장과 드라기 총재는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긴축 신호 등 통화 정책의 힌트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현재 세계 경제가 광범위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좀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옐런 의장은 이날 연설을 통해 "금융규제가 금융시스템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고 경제성장률을 억제하지도 않았다"며 "금융규제에 대한 국제적 표준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라기 총재도 "성급한 금융 규제 완화는 자산 버블과 시장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금융규제 강화법 '도드-프랭크법'을 폐기, 금융규제 완화를 시사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드라기 총재는 "강력한 규제 덕분에 저금리 정책이 장기간 이어지는데도 금융시장에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금융안정성은 전 세계 인플레이션 안정화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드라기 총재는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 등 ECB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ECB 연례 포럼 연설에서 나온 드라기 총재의 긴축 시사 발언으로 국채 금리와 유로화 가치가 상승했었다. 

옐런 의장도 이번 연설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 단행과 함께 이르면 9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보유 자산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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