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 조치에 관심이 쏠리는 데는 '테이퍼링(점진적 자산 축소)' 신호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에 보유 자산 축소 작업을 본격화한 가운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 연준, 자산 축소 '최대한 빨리' 시작··· 새로운 시대 열리나
경제가 개선된다는 가정 하에 자산 축소를 시작할 시점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만기를 맞은 국채와 부동산담보대출증권(MBS)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산 규모와 시중의 유동성을 유지해왔다. 현재 연준의 자산 규모는 4조5000억 달러(약 5055조7500억원)까지 확대됐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1조 달러에 미치지 않았던 점에 비춰보면 4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자산 축소 방침은 양적완화(QE) 시대의 종말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금융 위기 당시 대응 방식이 종결되는 대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부동산 등 시중의 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기업과 소비자들이 대출을 늘려 지출과 투자를 늘린다는 계산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연준의 자산매각은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함으로써 장기 금리를 인상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를 비롯한 전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보유 채권을 시장에 직접 판매하거나 재투자를 한번에 멈추면 장기 금리 상승 위험성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서서히 축소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9월? 12월? 금리 인상 시기에 따라 개시 시점 달라질 듯
보유 자산 축소 수준, 자산 축소 방법 등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일단 시장에서는 연준이 하반기 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만큼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따라 테이퍼링 시기가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준은 올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내년에는 세 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CNBC, 마켓워치 등은 14일 보도를 통해 연준이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9월께 자산 축소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6월과 9월 금리 인상 단행 시 자산 축소 시점은 12월께가 될 것이라는 기존 관측을 뒤집는 것이다. 경제 지표가 호전될 경우 연준이 9월 FOMC에서 자산 축소와 금리 인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연준이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공식화한다면 본격적인 개시 시점은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일부 나온다. 테이퍼링이 발동되면 보유 중인 채권 중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에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테이퍼링이 공식화됐지만 당분간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으로' 축소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금리인상과 자산 축소의 전제로 '안정적 경제 상황'을 들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등 경제 지표가 불안해지면 이 같은 정책이 백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 국채 발행을 확대할 경우 시장의 소화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그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금리 상승 압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테이퍼링이 발동될 경우 시장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국채 물량의 장단기채 비중에 따라 영향은 달라지겠지만 자산 축소 작업 자체가 금리 상승을 동반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모기지론의 경우 자산 축소가 시작되면 기존에 적용되던 금리 외에 0.10~0.20%포인트의 추가 금리 부담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약대로 감세 정책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이 현실화될 경우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국채 발행이 증가해 금리 상승 압박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 밖에 자산 축소 정책을 점진적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10년 만에 통화정책의 틀이 변화하는 만큼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시장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