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여 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를 정의하는 단어들 중 하나는 '증세'다.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등 이른바 부자들을 향한 '핀셋증세' 방안이 뜨거운 감자다.
우리나라 면세자 비율이 너무 많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2.4% 수준이었던 면세자 비율은 2015년 46.8%를 기록했다. 약 1700만명의 근로자 중 무려 800만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35%), 호주(23.1%), 캐나다(22.6%), 독일(19.8%), 일본(15.8%) 등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소득세법 개정의 여파다. '월급쟁이 증세' 비판에 각종 공제 혜택을 늘리면서 면세자 비율은 대폭 늘었다.
이러한 면세자 비율을 줄이고, '십시일반'으로 국민들이 세금을 내면서 당당히 '복지'를 누리자는 법안이 나왔다. 지난 22일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당당국민법(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근로소득세 최저한세를 도입, 과세 형평성 제고 및 조세 정의 확립 등을 실현한다는 게 발의 취지다. 최저한세란, 소득이 있는 납세자가 공제나 감면을 받더라도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을 뜻한다.
총 급여 2000만원을 초과(최저임금 대상 제외)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세액공제 적용 후 최소한 월 1만원씩 연 12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부과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통한 세수효과는 연평균 2263억원, 5년간 1조131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했다.
이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2000만원 이상의 소득자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나"라며 "당당히 세금을 내고 필요한 복지정책을 시행하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도 2015년 면세자 축소 대책을 조세소위원회에 제출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공감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은 조세저항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저소득자에 대한 증세는 반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한 달에 만 원, 1년에 12만원이면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모든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복지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은 향후 '중부담-중복지' 논의에 있어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소득세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하는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인상키로 했고, 3~5억원 구간을 신설해 40%의 세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추가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경우, 검토해보겠다는 여지도 남겨뒀다.
이 의원은 "소득세 최고구간이 신설될 경우 해당 구간 납세자의 한계세율은 42%나 된다. 재산세, 4대 보험 부담을 감안하면 50%를 초과할 수도 있다"면서 "세율 인상보다 중요한 것은 세정의 효율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법을 시작으로 면세자 비율이 30%로 떨어지도록 각종 공제제도의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