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은 24일 아마추어 딱지를 떼고 프로로 신분이 바뀌었다. 18년 만에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한 시즌 2승을 거머쥔 유망주다. 세계 아마추어 랭킹 2위, 세계랭킹 22위에 빛나는 성적표를 찍고 오는 31일 개막하는 KLPGA 투어 한화 클래식을 통해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
최혜진의 프로 전향은 국내는 물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주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최혜진이 갖고 있는 잠재력이다.
최혜진은 프로 골퍼로 성공할 수 있는 많은 요소를 이미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힌트는 전성기 시절의 박세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998년 ‘맨발 투혼’으로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 여자골프의 이정표를 만든 박세리와 닮은 점이 많다.
최혜진의 스윙은 교과서와 같은 정석이다. 멀리 치고 똑바로 보내는 편이다. 최혜진은 드라이브 비거리 230~240m를 보내면서도 실수가 거의 없고, 미들 아이언으로도 탄도가 높아 그린에 공을 세워 홀 옆에 붙이는 능력이 탁월하다. 167cm의 크지 않은 신장에서 엄청난 장타가 뿜어져 나오는 비결은 완벽한 체중 이동 덕분이다. 어려서부터 스윙 스피드를 높이고, 체력 훈련을 빠뜨리지 않는 훈련을 꾸준히 해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최혜진은 “최대 비거리 260m까지 나온 적이 있다”고 말한다.
최혜진의 매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함이 없는 공격적인 성향이다. 세계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았던 박세리의 강인한 정신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을 빼닮았다. 최혜진은 프로 선수들도 긴장하는 US여자오픈에서도 스윙의 흔들림은 없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더 즐기는 듯 시원하게 샷을 날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혜진은 “어릴 때부터 어버지가 실패를 하더라도 항상 공격적으로 하라는 말을 많이 하셔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승부 근성도 남다르다. 지난주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시즌 2승을 달성할 당시에도 “공동 선두가 됐기 때문에 불안함보다는 오히려 스릴이 있었다”고 말할 정도니 두둑한 배포는 타고났다. 올 시즌 두 차례나 파4 홀에서 원 온을 시켜 이글을 잡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최혜진은 프로 데뷔를 앞두고도 “공격적이고 당차게 경기하는 것이 목표”라고 해맑게 웃어 보이고 만다.
또 하나, 박인비(29)의 ‘돌부처’ 같은 침착함까지 엿보인다. 최혜진은 평소 수줍음 많고 장난기가 가득한 여고생이지만, 골프 클럽만 잡으면 무섭게 돌변한다. ‘포커페이스’로 나서는 그린 위에서도 평온함까지 느껴질 정도로 침착하게 퍼트를 구사한다. 실수를 마음에 담아 두지 않고 잊어버리는 성격은 감사한 일이다. 어쩌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최혜진의 롤모델이 박인비라는 사실은 이상하지 않다.
최혜진의 꿈은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미국 무대에 진출해 ‘골프 여제’ 박세리와 박인비가 걸어온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이제 프로에 데뷔하는 유망주 최혜진이 ‘LPGA 상금왕, 세계랭킹 1위, 명예의 전당 입회’가 목표라고 야무지게 입에 담을 수 있는 건 그저 자신감 때문만은 아닐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