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A씨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는 유해물질 검출 논란이 불거진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를 3년간 사용했다. 그 3년간 A씨는 불규칙한 월경주기와 생리혈 감소 현상에 시달렸다. 급기야는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지만 '스트레스성'이란 진단뿐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개인적 건강 이상으로 치부해왔던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 사용한 생리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A씨는 황당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24일 오전 서울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여성환경연대 주최로 열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는 A씨와 유사한 릴리안 생리대 사용자들의 부작용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이 단체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약 47시간 동안 10~60대 여성 3009명의 제보를 접수받았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200~300명 정도를 예상했는데 제보자가 너무 많아서 저희로서도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소비자들이 주로 겪은 이상현상은 생리혈과 월경주기의 감소·변화, 생리통 심화, 생리불순, 질염 발생 등이었다. 특히 월경기간 감소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릴리안을 사용한 후 월경기간이 평소보다 적게는 하루에서 많게는 5일까지 줄었다는 응답자가 70.7%에 달했다. 릴리안 사용자가 최근 3년 이내 월경·자궁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경우도 49.7%였다.
이들은 "릴리안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체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유해성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생활환경연구실이 발표한 시중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릴리안뿐 아니라 생산순위가 높은 시중 제품 10종에서 모두 발암물질이나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이 검출됐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위해성 평가와 건강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생리대와 건강 이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생리대와 관련된 소비자들의 부작용 호소 규모가 크고 심각한 만큼, 식약처가 조속히 원인을 규명하고 화학물질에 대한 근본적인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한 불신도 드러났다. '환경호르몬의 습격' 작가 고혜미씨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리통 등 여성 질환의 원인인지를 밝히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지난 3월 시중 생리대 10종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던 생리대들이 벌써 '발암물질이 없는 생리대'라면서 이 상황을 광고에 이용하고 있다.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