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백악관 극우파 상징인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가 18일(현지시간) 전격 퇴출됐다. 그는 퇴출 직후 자신이 세운 극우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로의 화려한 복귀를 알리면서 트럼르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한 전쟁을 선언했다.
배넌의 퇴출이 공식 발표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브레이트바트는 웹사이트에 “포퓰리즘의 영웅 스티브 배넌이 고향 브레이트바트로 귀환했다”는 메시지를 게시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배넌이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의 백악관 질서 재편에서 자신이 희생양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백악관을 장악한 중도파를 향해 공격의 포문을 연 것이라고 풀이했다.
주요 공격 대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공약을 설계한 스티브 배넌과 백악관 주류 세계주의자들의 갈등설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배넌 측 포퓰리스트들은 콘 위원장이나 쿠슈너 고문을 ‘민주당원’이라고 부르며 조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넌은 위클리스탠다드의 인터뷰에서 “나는 밖에서 더 잘 싸울 수 있다. 안에서는 그 많은 민주당원들과 밖에서만큼 잘 싸우기 힘들다”고 말하며 투지를 불태웠다.
관측통들은 배넌의 공격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보수언론사 뉴스맥스의 크리스토퍼 루디 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배넌이 트럼프를 비판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그는 여전히 대통령을 좋아하고 대통령도 여전히 배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배넌 역시 공격 대상을 트럼프 반대론자로 한정했다. 배넌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퇴출된 것이 아니라 자진 사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의회와 언론, 경제계에서 트럼프 반대론자들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위클리스탠다드 인터뷰에서 “우리가 싸워 쟁취했던 트럼프 대통령직은 끝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거대한 운동을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직에서 뭔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화답하듯 19일 트위터를 통해 배넌에 감사와 응원을 전했다. 그는 “스티브 배넌의 봉사에 감사하고 싶다. 그는 사기꾼 힐러리 클린턴에 맞선 선거에서 우리 캠페인에 왔고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몇 시간 뒤 “스티브 배넌은 브레이트바트에서 강하고 날카로운 새로운 목소리가 될 것이다. 아마 예전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가짜뉴스는 경쟁자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듯 배넌의 외곽 투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힘을 보태고 행정부의 원활한 운영을 도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배넌의 퇴출은 샬러츠빌 사태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고 백악관을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한 켈리 비서실장의 결정이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배넌의 이탈로 세계주의자와 중도파가 백악관을 장악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논쟁적인 트윗을 일삼고 켈리 비서실장의 감시에서 벗어난 늦은 밤에 과거 측근들로부터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와 배넌의 연합이 연합하면서 배넌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귀’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배넌이 공화당 지도부를 향하여 무역, 세금, 이민 정책 등에서 공화당 주류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하라고 경고한 만큼 보수 주류와 극우 비주류 사이의 대립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