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정세균 국회의장 “내년 개헌, 최우선 과제…30년 된 낡은 틀 안 바꾸면 제2·3의 최순실 나와”

2017-08-21 18:49
  • 글자크기 설정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17일 국회 의장실에서 가진 본지와 인터뷰에서 제7공화국 건설을 위한 헌법 개정과 관련해 “(의장 취임) 2년 차인 내년 개헌 성사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다”며 “국가 운영의 틀을 바꿔야 제2·제3의 최순실이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정세균 국회의장은 제7공화국 건설을 위한 헌법 개정과 관련해 “(의장 취임) 2년 차인 내년 개헌 성사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다”며 “국가 운영의 틀을 바꿔야 제2·제3의 최순실이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지난 17일 국회의장실에서 본지와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30년 된 낡은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됐다”라며 “올해 안에 개헌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만 물리적 시간상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인터뷰는 이승재 본지 부국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정 의장은 개헌의 3대 원칙으로 △국민을 위한 개헌 △미래를 향한 개헌 △열린 개헌 등 ‘상향식 개헌’을 꼽았다. 정 의장은 "정치권이 올해 연말까지 개헌안을 만든 뒤 내년 3월 개헌안 발의, 5월 의결, 6월 국민투표 과정을 거치자”고 일정을 제시했다.

정 의장은 또 북한 문제와 관련,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제재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선한 의지라도 군사적 충돌이 야기된다면, 모두 패자”라고 잘라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추가 배치 논란에 대해선 “국유지를 제공하는 부분 등은 국회 비준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국회 특권 내려놓기·예측 가능한 개헌 추진”
-20대 국회 전반기가 개원한 지 1년이 지났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20년 만의 3당 체제의 막을 열면서 ‘협치’ 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협치는 간데없고 정쟁만 남았다는 비판이 있다. 지난 1년여를 자평해 달라.

“참으로 다이내믹한 1년을 보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고 조기 대선을 치렀다.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국회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했다. 개헌특위를 설치, 예측 가능한 개헌을 위해 노력했다. 여소야대 국회의장으로서 헌법에 정해진 책임 의식을 가지고 협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 취임 때 협치와 더불어 개헌과 민생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 모든 것은 단절이 아닌 연결성을 가진 의제다. 고질적인 정쟁이 구조적 문제라면, 결국 개헌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다.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30년 된 낡은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됐다. 국가운영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제2·제3의 최순실 사태가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개헌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대통령 권력분산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개헌특위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하는 만큼, 결국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본다. 올해 안에 개헌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만 물리적 시간상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가능하다.”

◆“선진화法, 소수 반대로 국회 공전”··· 개정 필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였던 여·야·정 협의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와 국회는 국가운영의 양 축이다. 대립·갈등 관계가 아니다. 큰 관점에서 국정운영의 협력적 파트너다. 특히 청와대와 행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은 물론 국회와 소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단·독선을 고집하다가 실패한 정부로 남았다. 여야 모두 50%씩 양보해야 한다.”

-일각에선 국회선진화법이 여당의 움직임을 좁힌다는 지적이 많다. 선진화법의 어떤 부분을 손질해야 하나.
“양당제를 전제로 마련한 선진화법이 다당 체제에 적용되면서 소수 의원의 비협조만으로도 국회 전체가 공전되는 문제가 확인됐다. ‘동물국회’를 막았더니 ‘식물국회’가 돼버린 격이다. 개헌이나 탄핵도 재적 의원의 3분의2 이상이면 찬성인데, 안건조정제도를 거치면 찬성 의원 수가 3분의2를 넘어도 처리 못 한다. 이건 문제다.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당장 개정이 어렵다면, 필요한 부분은 개정하고 21대 국회부터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제재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어야 한다”라며 “아무리 선한 의지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군사적 충돌이 야기된다면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한반도 군사충돌? 승자 없이 모두 패자 전락”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가 격랑에 휩싸였다. 코리아패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비판도 있다. 대화·제재 병행론은 여전히 유효한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제재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어야 한다. 아무리 선한 의지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군사적 충돌이 야기된다면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게 될 것이다. 다만 이전 정부부터 이어져 온 강대국 의존 일변도 등의 코리아패싱 잠재 요소를 완전히 씻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떠한 형태의 코리아 패싱도 용인해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는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나가야 한다.”

-남북 적십자회담이 불발되면서 추석 전 이산가족 상봉 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차원에서 ‘남북 국회회담’ 추진 등 선제적인 조치를 할 생각은 없나.
“지난달 국회에서 8·15 남북이산가족상봉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남북 이산가족상봉의 문제는 정치적인 관점이 아닌, 민족적·인도적 관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북한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주길 희망한다. 그간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의 필요성 꾸준히 강조했다. 다만, 그 시기는 서두르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추진할 것이다.”

-사드 추가 배치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 사안은 무엇인가.
“전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를 결정하면서 일방통행을 한 부분은 매우 안타깝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는 바람에 지금의 상황까지 이르렀다. 토지 맞교환이라 할지라도 국유지를 제공하는, 즉 국가 소유의 토지(예산)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국회 비준 대상이다. 당연히 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를 같이 다루는 것이 옳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군사적·정치적 문제는 정부 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해결하되, 경제·문화 등 다른 분야의 교류는 이어가야 한다”고 전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北 제재, 목적 아닌 수단··· 결국 평화가 답”
-사드 배치 이후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다. ‘미·일 대 중·러’ 간 신냉전 구도에서 한국이 샌드위치에 낀 형국이다.

“이전 정부에서 주변국들과 전혀 외교적 소통 없이 추진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하지만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것은 아니다. 군사적·정치적 문제는 정부 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해결하되, 경제·문화 등 다른 분야의 교류는 이어가야 한다. 주변국들도 사드 배치 찬성·반대만을 놓고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사드 배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사드 이외에 추가적인 실효성 제재 방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보수야당이 각각 ‘핵잠수함’ 추진과 ‘전술핵 재배치’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한반도 군비경쟁이 불가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제재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재가 돼야 한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원칙을 깬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핵으로 맞선다면 결국 파멸의 길로 가게 된다. 그것은 평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우방국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군사적인 역량은 기르되,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국회·주변국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정세균 국회의장 인터뷰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기사정리=최신형·이수경 기자]


◆“세법안 野 설득할 것··· 김영란法 제한적 개정 필요”
-9월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세법 개정안’이다. 한국당이 담뱃세 인하 카드를 내놓으면서 갈등이 예상된다. 마지막까지 여야 간 타협이 안 된다면, 직권상정 카드도 고려하고 있나.

“지난해 연말 정기국회에서도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법정 기한 내 통과했다. 올해도 그렇게 될 것이다. 조세정책은 길게 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한번 바뀌면 다시 되돌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야당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꼼꼼하게 설득해야 한다. 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부한 ‘상시 청문회법’,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에 대한 입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상시 청문회법이 무산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상시 청문회법은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예결특위 상임위화, 감사원 회계감사 기능 국회 이관, 정부 시행령에 대한 견제장치, 증인 불출석 및 위증 처벌 규정 강화 등도 논의해야 한다. 김영란법 취지에 대해선 다수가 동의한다. 하지만 농·수·축산업과 그 종사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 부분은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법의 목적과 취지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20대 국회 남은 기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 과제와 앞으로의 정치인생 계획은
“청년실업이 가장 큰 국가적 문제다. 그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해소, 자영업 지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입법 활동 등 20대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그간 정치를 하면서 세 가지 원칙이 있었다. 소통·유능·신뢰다. 국회의장 임기뿐만 아니라 정치를 마감하는 그날까지 국민들과 소통하며 실력 있고 신뢰받는 정치를 하겠다.”

[대담=이승재 부국장 / 정리=최신형·이수경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