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적폐 청산, 개헌, 인사원칙 등 자신이 내걸었던 공약에 대한 이행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적폐청산= 새 정부의 개혁과제 1호인 '적폐 청산'에 대해 "특정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 또 특정세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 이런 것이 적폐 청산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우선순위 적폐 청산이 무엇인지, 기한을 설정해놓은 것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같이 말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적폐 청산은 우리사회를 아주 불공정하게, 또 불평등하게 만들었던 많은 반칙과 특권들을 일소하고 우리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 과제 중 하나로 꼽히는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 동안 공영방송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그런 노력들이 있었고, 그게 실제로 현실이 됐다”면서 “저는 공영방송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 했던 정권도 나쁘지만, 그렇게 장악당한 언론에도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언론 공공성 확보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노력들은 언론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이지만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걸 확실히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아예 지배구조 개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서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방안을 입법을 통해서 강구하겠다”면서 “이미 국회에 그런 법안들이 계류돼 있는데 그 법안의 통과를 위해서 정부도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노조 조직률을 높여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목표 중 하나는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노동조합 결성을 가로막는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로 단속·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려면 정부가 노동자 권익 보호 정책을 더 전향적으로 펼쳐야 하겠지만, 한편으론 노동자들이 단합된 힘으로 자신의 권익을 키우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며 "노조도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헌= 문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해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그때까지 합의되는 과제만큼은 반드시 개헌할 것”이라며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개헌특위에서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개헌방안을 마련하면 정부도 그것을 받아들여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안을 내겠다”며 “만약에 국회의 개헌 특위에서 충분히 국민 주권적 개헌방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제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때는 정부가 그때까지의 국회 개헌특위 논의사항들을 이어받아서, 또 국회와 협의하면서 자체적으로 개헌특위를 만들어서 개헌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소한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국민기본권을 위한 개헌에는 우리가 합의하지 못할 아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앙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지 몰라도 이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분권 강화 속에서 재정분권 강화도 이뤄질 거라 생각하고 개헌에 이르기 전까지 현행법 체계 내에서 할 수 있는 지방분권 강화는 정부 스스로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 중 원전·평창올림픽 등 지역공약 이행을 위한 준비가 미비하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인수위 과정 없이 취임 100일을 맞이하고 있는데 너무 급하게 재촉하시는 것 같다”고 웃음 띤 얼굴로 운을 뗀 뒤 “일단 국정기획위원회는 국정과제 100대 과제를 선정했을 뿐이고 말씀하신 대로 지역공약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T/F를 구성해서 하나하나 다듬어가야 할 그런 상황”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강원도의 경우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더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잘될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탕평인사= 문 대통령은 '내각 구성 이후 일각에서는 코드인사, 보은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통합정부 취지에 맞는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현 정부의 인사는 역대 정권을 다 통틀어서 가장 '균형인사', '탕평인사'라는 평가를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함께하는 사람들로 정부를 구성하고자 하는 게 정부의 당연한 입장이지만 이 시대의 과제인 보수·진보를 뛰어넘는 국민통합, 편 가르는 정치를 종식하는 통합의 정치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 내각을 통합 인선으로 구성했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2012년 대선 때부터 함께 해왔던 많은 동지들이 있지만 그분들을 발탁하는 것은 소수에 그치고 과거 정부에서 중용된 사람 중에도 능력만 있다면 과거를 묻지 않고 폭넓게 인선했다"면서 "경선 과정에서 다른 캠프에 몸담았던 분들도 함께 하는 그런 정부를 구성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끝날 때까지 그런 자세로 나아가겠다”며 “지역 탕평, 국민통합 이런 인사의 기조를 끝까지 지켜나갈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