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피로스의 승리와 전략적 자산관리

2017-08-16 10:02
  • 글자크기 설정

이정두 한화자산운용 솔루션사업본부 팀장


고대 그리스 국가였던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는 이탈리아 반도와 시칠리아 섬에 대규모 원정을 감행했다. 알렉산드로스 3세 이래 최고의 전략∙전술가로 회자되는 피로스는 이 전쟁에서 로마군을 상대로 여러 번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거둔 승리에 비해 아군의 손실이 너무 컸던 나머지 마지막 전투에 이르러 패망하고 만다.

승리자에게 엄청난 손실을 안겨 결국에는 패배를 할 승리, 혹은 더 나아가 전술적 승리를 전략적 승리로 환원하지 못한 경우를 '피로스의 승리'라고 한다.
주식시장에는 조금씩 이익을 얻으며 승리에 도취해 있다 하락장에서 한 번에 큰 손실을 입는 사람이 꽤 많다. 이긴 전투는 많으나 전쟁에는 진 피로스의 승리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피로스의 승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공투자를 위해 먼저 할 일은 특정 종목이나 국가의 전망, 매수매도 타이밍과 같은 시장상황을 살피기보다는 내 자산의 투자 목적과 투자 가능기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반년 뒤에 쓸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거나, 장기간 묻어둘 수 있는 여유자금을 저금리 상황에서 채권에만 투자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단기간에 필요한 자금은 예금이나 단기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고, 중기 여유자금은 고위험 채권과 주식을 포함하며, 장기 자금은 부동산과 같이 유동성은 부족하지만 기대수익이 높은 대체자산까지 포함해 운용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수입 원천을 가지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나 목돈이 되는 성과급이, 개인사업자라면 사업소득 또는 아파트나 땅과 같은 부동산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소득원 급여 외의 소득 등이 있겠다.

금융자산도 네 가지 성격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월급에 해당하는 국채나 우량회사채, 성과급에 해당하는 투기등급 채권이나 신흥국 채권, 그리고 사업소득에 해당하는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대체자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금융자산 수익의 원천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분산투자이고, 투자자들은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경제활동에 따른 수입 원천과 금융자산 수익 원천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다양화하는 분산투자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직업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이나 교사가 아파트만 가지고 있다면 고위험 채권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 비중을 높이는 게 생활수준을 높이는 방법일 수 있다. 반면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 종사할 경우 주식보다는 다른 자산 비중을 높이는 게 불경기에 생활고를 피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투자목적과 기간에 맞춰 투자대상·비중을 결정하는 것을 전략적 자산배분이라고 한다. 전략적 자산배분이 제대로 돼 있다면 금융시장 변동에 구애받지 않고 전체 자산 비율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금융시장 변동에 일일이 신경쓰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전략적 자산배분으로 노후 생활을 위한 투자공부나 취미생활을 영위할 시간을 버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