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위기를 둘러싸고 미국과 남미 국가들 사이 긴장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베네수엘라는 물론 다른 남미 국가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겨냥해 군사적 옵션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최근 반정부 시위 격화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곳곳에 군대가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별로 거리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며, 그 나라 국민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의 군사적 옵션 발언이 마두로 대통령에 오히려 호재가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 남미에 대한 내정간섭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면서 베네수엘라 내부의 단결을 호소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는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인 니콜라스 마드로 게라는 "만약 미국이 우리 조국을 모욕한다면, 우리의 총이 트럼프와 뉴욕을 찾아가 백악관을 점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매체가 12일 전했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 역시 같은날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협박은 중남미를 갈등으로 몰아넣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정치적 입장차를 넘어서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거부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아레아사 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에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외에도 델시 로드리게스 제헌의회 의장,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부 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은 일제히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취해질 경우 베네수엘라 수호를 위해 나설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발언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5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베네수엘라의 회원 자격을 무기한 정지했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도 트럼프의 발언에는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메르코수르는 아르헨티나 외교부를 통해 밝힌 성명을 발표하고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증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대화와 외교적 노력이다"라고 강조했다.
페루, 콜롬비아 등 마두로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남미 국가들도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자주권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