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을 거론하면서 연일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 타격 가능성을 예고, 협박하는 데는 괌이 군사적 요충지로서 미국 군사력의 허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령인 만큼 북한의 미사일 타격 시험에도 입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NPR,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9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북한의 괌 타격 예고에 따라 미국 본토 등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지만 괌에 새로운 위협은 아니다"라며 "북한은 오랫동안 괌에 적대적인 입장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미군 전략적 자산이 집결된 곳으로서 핵잠수함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도 괌에 배치돼 있다. 지난달 말 한반도 상공에서 전개 훈련을 진행했던 미국의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도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에 6대 배치돼 있다. 앤더슨 공군기지는 지난 2014년 "괌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군수품 저장고"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과는 약 3500㎞ 떨어져 있어 미국령 중 가장 가깝다. 북한이 예전부터 괌을 타격 목표로 삼고 훈련을 반복 실시해온 이유다. 때문에 미국도 북한을 감시하기 위해 부분적으로나마 괌 내 군사 훈련을 강화해왔다.
핵보유국 진입을 노리는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단행하는 데도 지리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북한이 '포위사격' 수단으로 언급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사거리에도 포함된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 로이터 등에 따르면 괌 당국은 거듭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모든 사태'에 대비하면서 북한의 움직임 등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령이긴 하지만 미 본토와 복잡한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괌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으나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이후 미국령으로 지정됐다. 세계 2차대전 이후 2년 반 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다가 태평양전쟁 이후 1944년 미국에 다시 편입됐다. 괌 주민들은 푸에르토리코 등 다른 미국령과 마찬가지로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지만 대통령 선거에서의 투표권은 갖고 있지 않다.
에디 칼보 괌 주지사는 "괌은 단순한 군사기지가 아니라 미국의 영토"라며 "북 위협과 관련해 백악관, 미 국방부 등에서 위협 수위에 변화가 없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또 괌 당국자들과 함께 긴급 회의를 열어 대비 태세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