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돈을 주울 수 없다”와 “노력한만큼 번다” 는 중국 전통 상술의 기본에 충실하며, 무자본으로 고수익을 얻는 무점포 사업의 전형을 보여주는 산 증인이다. 용기와 배짱, 은근과 끈기로 사업을 수행한다. 치열한 상인 정신은 그렇게 살아 숨 쉰다.
보따리 장사로는 원저우 상인을 당할 재간이 없다. 원저우 상인은 '개미군단'이다. 개혁개방초기 중국을 풍미했던 원저우 모델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장사꾼의 인해전술이다. 즉 중국 각지와 전 세계에 군인 대신 상인을 풀어놓는 변형된 인해전술이다.
원저우 세일즈맨 군단은 2015년말 현재 중국에 150여만명, 해외에서 60여만 명이 활약중이다. 시장이 있는 곳이라면 오대양 육대주 어느 곳에라도 원저우 상인이 있다. 프랑스의 파리의 13구와 14구에 사는 중국인은 모두 원저우 사람이다. 그곳의 언어는 원저우 사투리이고 그곳의 현지 경찰조차 원저우 사투리를 할 줄 안다.
원저우의 한 유통회사는 사장이 한 명이고 부사장이 2000여 명, 평사원은 0명이다. 그 회사 모 부사장(?)의 말은 이러하다.
“엄밀히 말해 사장 한 명 외에는 전부 사원들 아닙니까? 물건 파는데 무슨 계장, 과장, 부장 따위의 중간 계층이 필요합니까? 외지에 나가 부사장 명함 내밀 때 알아 줘서 기분 좋고.”
원저우의 세일즈맨은 어떤 한 회사에 소속돼 있지 않고, 두 개 이상의 회사에서 일한다. 그들은 독립적·전문적으로 세일을 전업으로 하는 사회집단이다. 그들의 수입은 기업이 그들에게 주는 월급이나 보너스가 아니다. 상품판매에 따른 커미션이 전부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 세일즈맨은 무자본, 무설비, 무자산의 순수한 중간상들이다. 그들 개개인이 원저우의 다품종 소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움직이는 상점인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유대인 원저우 상인과의 거래나 협상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그들의 낯가죽과 배짱 두터운 것에 동요하지 말고 끝가지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다.
원저우 상인은 자신이 대리인이라고 우기면서 까다로운 조건은 모두 위탁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술수를 잘 쓴다. 즉, 자기의 이익을 반영한 입장은 철저히 상대방에 요구하고, 상대방의 요구는 자기가 판매 대리인에 지나지 않아 받아들일 권리가 없다며 오리발을 내미는 수법이다.
특히 이러한 원저우 상인의 수법은 최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 수법과 놀라울 만큼 흡사하다.
우리나라는 자신이 협상당사자이면서 실권이 하나도 없는 대리인이라고 속이는 원저우 상인의 협상수법을 잘 파악해 사드 관련 대중국 협상 전략에도 참고하면 좋겠다.
다시 말해서, 자국이 의지만 있다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면서 실권이 없는 (북한의) 대리인이라고 속이는 중국의 낯 두꺼움의 겉껍질과 배짱의 속껍질을 차례로 벗겨내야 달콤하고 싱그러운 과즙이 넘치는 ‘승리의 과육’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