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고, 정씨가 승마 선수인지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삼성이 대한승마협회를 맡아 지원해달라는 요청은 들었다고 말했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50차 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피고인 자격으로 참석해 박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청에 대해 확실히 기억한다고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올림픽을 대비해 좋은 말을 사달라는 것은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승마에 관심 보인 것인데 의도가 궁금하지 않았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제가 말을 타기도 했고, 저희가 다른 기업보다 규모도 크고 해서 (그런 요청을 했다고) 생각했다"며 "당시에는 단독 면담을 해서 지시하신 것이 이례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 면담을 해본 적도 없고, 정부에서 그런 요청이 어떤 루트로 오는지 전혀 몰랐다"며 "그전까지는 이건희 회장님이 하셔서 제가 하는 첫 번 째 경험이라 이례적이란 생각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 면담 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상의 했고, 다음날 만나서 논의도 했다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은 최 전 실장이 "'대통령이 시키신 건데 어떻게 안 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청이 특정 선수를 지원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특검측은 "당시 언론에서 정씨의 '공주승마'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는데 이를 몰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제가 말을 안 탄지 25년이 넘었고, 국내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어 공주 승마 의혹 그런 게 있다는 것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또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10~20년 간 승마관련 기사를 읽은 기억이 없다"며 "스포츠 단체나 업무 관련해서 자세히 보고받은 기억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승마 훈련을 돕고,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친분을 삼성측에 전해준 것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대해서도 "그 분은 저를 잘 안다고 했는데, 저는 법정에서 뵙고도 얼굴을 못 알아 봤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이름은 들었지만 그 전에는 모르는 분"이라고 못 박았다.
이 부회장은 "기본적으로 승마협회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대통령이 지시했어도 회사에서 알아서 잘 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2014년도 하반기는 이 회장님 와병으로 더 경황이 없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