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해외 건설시장 진출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하다

2017-08-0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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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

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 각국이 너 나 할 것 없이 경제 성장을 위한 인프라 확충 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인프라 투자 예산을 전년 대비 10% 정도 늘려 잡았다. 필리핀은 향후 6년 동안 8조 페소(1600억 달러) 규모의 대대적인 인프라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도 앞다퉈 도로와 철도, 항만 등 건설계획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은 장기 인프라 투자프로그램인 ‘융커플랜’을 2015년 발표했다. 최초 2018년까지 3150억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었으나, 2020년까지 5000억 유로를 투자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공공 인프라 분야에 1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처럼 해외 인프라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의 해외 수주 실적은 전년 대비 40%가량 감소했다. 가장 많은 수주액을 올렸던 지난 2010년에 비하면 60% 줄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올해 역시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전망인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조선, 반도체를 제치고 제1의 수출 효자 상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상황이 반전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건설은 그간 인프라 사업 전반에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기보다 시공 부문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물론 후발주자로서 선택과 집중은 필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장이 변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사업주가 금융을 조달하고 운영 과정에서 수익을 회수하는 투자개발형(PPP) 사업이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 수주 텃밭인 중동 산유국들도 재정 부담이 적은 PPP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PPP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지만,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PPP는 사업 발굴부터 금융 조달, 운영까지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만큼 사업기간이 길어 단기 수익 창출이 어렵다. 도급사업에 익숙한 우리 기업은 관련 정보와 경험, 노하우도 부족하다. 기업들의 자금 확보 역시 또 하나의 문제다.

이미 수많은 국가들이 PPP 시장에 뛰어들며 국가 대항전 수준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일본은 PPP 사업을 전담 지원하는 JOIN을 2014년에 설립했고, 프랑스도 EGIS를 설립해 해외 인프라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우리 정부도 국내 기업들의 세계 PPP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해외 인프라·도시개발 지원기구’를 설립해 PPP 사업 전 단계에서 전문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원기구는 민간 스스로 풀기 어려운 문제 해결을 주도하고 필요한 경우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민간과 함께 직접 사업에 참여해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지원할 구상이다.

아울러 직접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PPP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금융 지원 대책도 강화한다. 글로벌 인프라 펀드를 확대하고 새로운 금융 상품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자본을 직접 투자해 프로젝트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PPP 사업이 활성화되면 단순 도급 사업에 비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해 외화 가득률을 높일 수 있다. 또 금융, 기술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고급 인력 수요를 창출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마라톤 경기를 보면 선수의 기록 단축을 위해 옆에서 보조를 맞추며 함께 달려주는 페이스 메이커가 있다. 지난해 우리 기업의 터키 차나칼레 교량 사업 수주는 우리 기업과 정부가 마라톤 선수와 페이스메이커와 같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해외 건설 시장을 공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충분한 경쟁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해외 인프라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우승할 수 있도록 정부가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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