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쉘 뒤샹(Marcel Duchamp)의 ‘샘(fountain)’(1917)과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의 ‘울부짖는 여인(The Weeping Woman)’(1937), 앤디워홀(Andy Warhol)의 ‘캠벨 수프 통조림(Campbell's soup)’(1962) 등을 비롯해 중국 작품 두 점도 포함됐다.
황용핑(黄永砯)의 ‘중국회화사와 서양예술약사를 세탁기에 2분간 돌리다(中國繪畵史和西方藝術簡史在洗衣機洗两分鍾)’(1987)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성스러운(S.A.C.R.E.D)’(2013)이다. 중국 현대미술의 위상이 새삼 입증되는 부분이다.
황용핑 작품은 중국미술사를 정리한 ‘중국회화약사(中國繪畵簡史)’와 서양미술사를 망라한 ‘현대회화약사(現代繪畵簡史)’를 세탁기에 넣고 2분간 돌린 후 찢겨진 종이더미를 큰 상자위에 올려놓은 설치예술이다. 작품이 최초 전시된 1987년 당시 이 작품은 중국 전통문화와 대거 유입된 서구사상의 혼란을 개념적으로 풀이했다는 평가받았다.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의 대표주자인 황용핑은 89 텐안먼(天安門) 사태 후 중국을 떠나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조용하고도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아이웨이웨이는 세계가 주목하는 문제적 인물이다. 2011년 아이웨이웨이는 영국 미술전문지 선정 ‘세계 미술계 파워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는 예술가로서 보다는 중국 현대문학계 거장인 아이칭(艾青)의 아들이자 반체제 활동가로서 더욱 알려졌다. '성스러운'은 아이웨이웨이의 반체제적 실천행동이 불편했던 중국정부가 2011년 탈세혐의로 그를 감금한 사건을 스토리텔링해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이다.
2009년 10월 아이웨이웨이는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당시 희생된 아이들을 소재로 독일 하우스 데어쿤스트(Haus der Ku1nst)에서 ‘미안해요(So Sorry)’전을 개최했다.
전시회에서 아이웨이웨이는 ‘기억하며(Remembering)’라는 작품을 설치했다. 9000개의 어린이 배낭이 나열된 것이었다. 중국 정부가 참혹한 사건의 결과에 책임을 지거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기 위한 작품이었다.
2010년에는 중국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의 석방을 요구하다가 2개월간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했다. 류샤오보는 2008년 중국 정치, 사회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08 헌장’ 서명을 주도하다 ‘국가 전복’ 혐의로 11년형을 선고 받은 인물이다. 류샤오보는 이후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으로 풀려나지만, 향년 61세의 일기로 지난달 13일 오후 결국 사망했다.
2011년 4월 중국 공안이 아이웨이웨이를 강제연행해 81일간 불법 감금하는 동안 전 세계 아이웨이웨이 팬들은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까지도 이를 인권탄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이웨이웨이가 감금생활에서 풀려나자, 그는 단번에 류샤오보를 이어 노벨평화상을 기대할 수 있는 반체제 인사로 집중 조명됐다.
그러나 아이웨이웨이는 석방된 후 인권유린의 폭로를 기대했던 신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혁명을 통한 체제 전복으로는 중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신은 중국정부의 형태를 바꾸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그러던 그가 2년 뒤 조용히 만들어 낸 작품이 바로 ‘2017년 인류예술사상 가장 값비싼 현대예술품 10점’ 중 하나로 선정된 '성스러운'이다.
아이웨이웨이는 중국 공안 2명이 밥 먹고 잠자고 용변 볼 때도 하루 24시간 지켜보던 감금현장을 실물의 절반 크기 모형으로 만들어 6개의 컨테이너 속에 담아내고 작품에 '성스러운'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작품제목은 컨테이너 속에 담긴 각 작품의 부제들인 ‘Supper(만찬)’, ‘Accusers(고발자들)’, ‘Cleansing(정화)’, ‘Ritual(종교의식)’, ‘Entropy(엔트로피)’, ‘Doubt(의심)’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다.
작품의 제목이나 각각 붙여진 부제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작품은 아이웨이웨이 감금사건을 순교자의 수난사로서 형상화시킨다. 작품 속 아이웨이웨이 모형은 마치 순교자의 모습처럼 성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작품이 설치된 공간이 상 안토니(Sant’Antonin) 성당이다 보니 경건한 분위기가 배가됐다.
‘아이신(艾神)’은 아이웨이웨이 팬들과 그를 지지하는 네티즌 사이에서 호명되는 아이웨이웨이의 애칭이다. 아이웨이웨이 모든 활동은 그들 마음속에는 진리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비춰졌고, 그의 언사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실천해야하는 것이 돼 버렸다.
81일 간의 구금사건 이후 출국이 금지된 아이웨이웨이를 대신해서 전시회에 참석한 아이웨이웨이 모친인 시인 가오잉(高瑛)은 이 작품을 관람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각종 매체에 집중 조명됐다.
그리고 2017년, 아이웨이웨이의 작품 '성스러운'에게는 최고의 예술적 가치가 부여되는 동시에 3억 달러(약 3300억원)의 가치가 매겨졌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예술이 정치를 위해 복무하던 극권주의(極權主義)시기에 예술은 정치적 요소로 인해서 예술성에 손상을 입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아이웨이웨이의 정치성을 띠는 예술활동은 그의 예술에 전혀 손상을 입히지 않고, 오히려 국내외에서 더욱더 강한 호소력을 발산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 정부에 의해 제재를 받게 됨으로써 그의 인지도는 오히려 급상승했다. 예술과 정치와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예술과 정치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미적 혁명을 통한 정치 혁명의 가능성’을 강력히 주장해 왔던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의 확신처럼 예술은 필연적으로 정치적이며, 정치는 예술을 통해 진정한 혁명을 완수할 수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