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은퇴를 앞둔 홍콩 최고부호 리카싱(李嘉城) 청쿵(長江)그룹 회장이 홍콩 내 사업은 매각하고 유럽 에너지회사를 인수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청쿵그룹의 자회사인 허치슨텔레콤이 30일 저녁(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유선통신 사업부인 HGC의 모든 권한을 144억9700만 홍콩달러(약 2조800억원)에 아시아큐브글로벌통신(Asia Cube Global Communications Limited)에 매각한다고 밝혔다고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이 이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독일 에너지회사 인수 소식도 나와 '탈(脫)중국, 유럽행(行)'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치슨텔레콤은 1985년 설립돼 홍콩 내 유무선 시장에서 활약해온 통신업체다. 2014년 홍콩에서 처음으로 3G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이기도 하다. 허치스텔레콤의 유선 사업부인 HGC의 지난해 기준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4% 늘어난 41억2700만 홍콩 달러로 전체 영업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16년 총자산 104억1700만 홍콩 달러로 허치슨 텔레콤 총 자산의 49.17%에 육박했다.
홍콩 사업 매각에 앞서 독일 에너지회사 인수 소식도 나왔다. 청쿵그룹 산하의 청쿵실업과 청쿵인프라스트럭처홀딩스는 지난 27일 저녁(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합자회사를 세워 독일 에너지 관리 종합서비스업체인 이스타(Ista Luxemburg GmbH)를 45억 유로(약 5조917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타는 난방·수자원 공급량 조절·관리업체로 중국,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유럽 등 세계 24개 국가 및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청쿵그룹의 홍콩 등 중국 부동산·기업 매각 건수는 이번 HGC를 포함해 10건에 달한다. 반면에 유럽 등 선진국 기업은 계속 먹어치우고 있다. 영국 전력생산업체인 EDF에너지, 네덜란드 폐기물처리업체 AVR, 영국 통신회사 O2 등 이번 독일 이스타를 포함해 지난 8년간 무려 13건의 인수 소식이 이어졌다.
올 1월에는 호주에서 가스 파이프라인·전력 사업을 하는 듀엣(Duet)그룹을 424억5000만 홍콩 달러에 인수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이스타 인수액을 더하면 올해만 해외기업 인수에 500억 홍콩달러 이상을 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