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전 공론화위원회 출범, 그 역사적 의의

2017-07-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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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

 
지난 대선기간, 유력 대선 후보자 다섯명 가운데 네명이 ‘탈핵 에너지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치적 차이에도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탈원전에 동의했다. 속도는 다르지만 △신규 원전건설 중단 △노후원전 수명연장 반대 △폐로, 원자력발전의 단계적 축소 등에서 함께했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수요 관리강화라는 방향도 공유했다. 탈원전의 일정에 대한 속도와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입장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이는 고무적인 변화다.

기저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목격하고 경주 인근의 지진을 경험한 민심이 깔려 있다. 민심의 변화, 그것이 탈원전 공약의 원천이었다.

유력 대선후보의 탈원전 입장에 원자력발전을 찬성하는 진영은 놀라며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3월 원자력 위험이 과장됐다며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에너지정책’의 수립을 주문했다.

6월에는 23개 대학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이 “에너지정책 수립이 비전문가의 제왕적 조치로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된다”며 “전문가와 국민의견을 수렴, 에너지 정책을 신중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대통령의 선언 하나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로 전문가의 의견도 경청하라”며 60개 대학 417명의 교수가 성명을 내놨다.

이들의 비판은 이해하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의 접근 방식은 그들의 주장과 요청에 부응하기 때문이다.

의견수렴을 위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공사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는데도 말이다.

공론화위에 원자력 전문가가 없다는 비판도 부적절하다. 공론화위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여부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기 위한 게 아니다.

공론조사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런 역할을 감당할 중립적이고 공정한 인사로 구성하는 게 마땅하다.

찬반 진영 모두가 동의하는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분야 전문가로 공론화위가 구성된 것이다.

원전을 찬성하는 쪽에서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원자핵공학자들은 공론조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시민배심원단의 판단에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출범한 공론화위는 찬원전, 탈원전 진영 모두 동의한 인사로 구성됐다.

벌써부터 참여정부가 시도한 사패산 터널이나 천성산 터널 공론화를 꺼내들며 공론화의 실패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시 찬반 양쪽이 동수로 위원회에 참여했고, 시민배심원단과 공론조사 방식을 담지 않았다.

지금의 시도와 차원이 달라 비교 자체가 어렵다. 지금은 시민이 주체로 참여, 숙의적으로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의 장이 열렸다.

비헌법적인 대통령을 탄핵한 시민권력이 또다른 역사를 쓰게 됐다. 시민배심원단에 참여하는 시민 개개인은 여론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고, 여론조사와 TV토론도 진행할 예정이다.

모두 이 과정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개진할 때 직접민주주의가 꽃필 것이다. 이것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공사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화의 역사적 의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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