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카스트 최하층 신분인 '달리트'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는 역사상 두 번째 일이다.
21일 ND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일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의 람 나트 코빈드 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코빈드 당선인은 65.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메이라 쿠마르 전 연방하원 의장에게 승리를 거뒀다.
코빈드 당선인 이전 첫 달리트 출신 대통령으로는 1997년 당선된 코테릴 라만 나라야난 대통령이 있다. 이에 20년 만에 달리트 출신 대통령이 다시 나오면서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코빈드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이후 첫 연설에서 "오늘도 다음 끼니를 위해 비에 젖어가며 들판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면서 "나는 하루하루 생계를 꾸리기 위해 힘겹게 일하는 모든 인도 국민을 대표한다"고 강조했다.
코빈드 당선인은 1945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칸푸르에서 달리트 계급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향 칸푸르대학에서 법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델리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91년 인도국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였다. 이후 당내 달리트 위원장을 맡았고, 1994년부터 2차례 상원의원을 지낸 뒤 2015년 비하르 주지사에 임명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이 행보를 보여온 코빈드 당선인에 대해 다른 달리트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코빈드 당선인은 인도국민당의 사상적 기반인 힌두우익 단체 민족봉사단(RSS) 활동을 했으며, 2010년 당 대변인으로 있을 때 "이슬람교와 기독교는 인도에 이질적이다"고 하는 등 힌두 민족주의 성향을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인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총리가 내각을 이끌고 대통령은 대부분 의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대통령 선출 방법도 국민 전체가 투표하는 직선이 아니라 연방 상원·하원 의원과 주의회 의원들의 간접선거로 치러진다.
다만 헌법상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자 국가원수로 규정돼 있으며, 사면권·법률안 거부권 등을 행사해 정국의 향방을 좌우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