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정과제 재원마련을 위한 증세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날 추 대표는 법인세 및 소득세 증세 방안을 전격 제안했고, 청와대는 당, 정부와 함께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소득 200억원 초과에서 2000억원 미만까지는 현행 법인세 22%를 유지하되 2000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25% 로 적용하면 2조9300억원의 세수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는 당이 세제개편 방안을 건의해옴에 따라 민주당과 정부와 함께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첫 발언을 통해 증세문제를 제기했다.
김 장관은 “국민들에게 우리 경제의 현실을 정확히 알리고, 더 나은 복지 등을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소득세 최고구간을 조절하겠다고 했고, 법인세율도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현재 정부의 증세 논의 기조가 약화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해내지도 못하는 지하경제 양성화, 이런 이야기 말고 소득세율 조정 등 증세 문제를 갖고 정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100대 과제를 보니 무거운 짐이 주어졌다고 느낀다. (그러나)재정당국이 내놓은 재원조달 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표 걱정한다고 증세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는 상태로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정과제 수행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권 초기 소득‧법인세에 대한 증세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필요재원 178조원 중 95조원은 세출 절감, 82조원은 세입 확충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증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회의를 주재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법인세와 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재정당국이 여러 검토를 하고 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있으니 같이 이야기하는 걸로 하자”고 답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발언자 중 4명이 증세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다른 2명은 기본적으로 증세에 동의하지만, 현재는 새 정부 국정방향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지지확산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논의 시기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팀 내부에서조차 증세논의 본격화 의견이 적잖게 나오는 셈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증세를 포함한 의견과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김 부총리는 오는 23일 일정에 없던 부총리 주재 경제현안 간담회를 추가로 열어 토론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경제장관회의에 이어 20일부터 이틀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재정전략회의는 대통령, 국무총리, 모든 국무위원들이 모여 국가재정운용의 큰 방향과 전략을 결정하는 재정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신설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저성장·양극화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특히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강도 높은 재정개혁과 함께 가야 한다. 이는 재원조달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양일간 토론을 거쳐 나온 내용을 참고, 다음 주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