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이야기] 러에코 '백기사', 거침없는 M&A의 부동산업체 룽촹중국

2017-07-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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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봉착 러에코 150억 위안 투자, 완다 테마파크 등 사업지분 거액 인수

최근 실적 급등에 따른 승부수, 부채 리스크 우려 목소리도

쑨훙빈 회장이 룽촹의 과격한 행보 주도...레노버 활약 엘리트

[그래픽= 아주경제 임이슬기자 90606a@]



김근정 기자 = 최근 중국 기업 관련 뉴스에 잇따라 등장해 주목을 받은 부동산개발업체가 있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며 급성장했던 IT 기업 러에코의 ‘백기사’로 등장해 러스왕의 성씨를 ‘자(賈)’에서 ‘쑨(孫)’으로 바꿨고 중국 최고부호 왕젠린(王健林) 회장의 완다로부터 일부 사업 지분을 거액에 매입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가장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인 기업, ‘M&A 광인(狂人)’으로 불리는 쑨훙빈(孫宏斌) 회장이 이끄는 ‘룽촹중국(融創中國·수낙차이나)’이다. 거침없는 기세의 룽촹중국을 시장은 기대와 불안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룽촹중국은 2003년 톈진에 뿌리를 내리고 등장한 중국 대표 부동산개발업체로 2010년 홍콩증권거래소에 안착한 상장사다. 주택과 상업 부동산 개발·판매업체로 베이징·톈진·상하이·광둥·항저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며 세력권을 확대하고 있다. 

19일에는 438억4400만 위안에 테마파크 등 완다의 일부 관광·문화 사업 지분 91%를 매입하기로 해 시장 주목을 받았다. 당초 77곳의 완다호텔까지 매입할 예정이었으나 완다 호텔은 푸리(富力) 부동산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중국 1선·2선 도시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룽촹중국은 이처럼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과감한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피인수 기업이 러에코다. 중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며 급성장한 러에코는 콘텐츠, 스마트TV, 스마트폰, 스마트자동차까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시도하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봉착했다. 룽촹중국은 백기사를 자청했다. 150억 위안을 투자해 급한 불을 끄고 지분을 확보했다. 결국 자웨팅(賈躍亭) 창업자는 핵심 자회사이자 시작점인 동영상사업부 러스왕의 최고경영자(CEO), 회장, 이사회의 모든 직함에서 물러났고 21일 쑨 회장이 러스왕의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5~6월에만 M&A에 155억 위안을 썼다. 5월에 톈진시 진난(津南)구에 개발 중인 대규모 주택단지 톈진싱야오(星耀) 지분 80%를 매입했고 31일에는 중국 서부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충칭 장베이쭈이(江北嘴)국제금융센터 사업권을 가진 개발업체 화청푸리(華城富麗)를 21억 위안에 인수했다. 지난달 5일에는 부동산개발업체 다롄 룬더첸청(潤德乾城)을 사들였다.

이 뿐이 아니다. 올 1월에는 부동산중개업체 베이징롄자(鏈家) 지분 6.25%를 26억 위안에 매입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에만 쑨 회장 주도로 13건의 인수사업이 추진됐고 규모는 444억8600만 위안으로 추정하고 있다.

룽촹의 과감한 행보에는 최근의 실적 급증과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룽촹의 총자산은 2932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53.9% 늘었다. 부동산 매출은 1553억1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이미 전년 동기 대비 89% 급증한 1118억4000만 위안에 달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러한 성장세가 룽촹의 거액투자를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부채 리스크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순익도 줄고 있다. 

불안할 정도로 과감한 룽촹 행보는 쑨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은 보도했다. 

1963년 산시(山西)성 윈청(運城)시 린이(臨猗)현 시골 마을에서 4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쑨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시련과 싸우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삶을 살았다. 배움으로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했고 명문 칭화대에 입학해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1988년 쑨 회장은 오늘날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가 된 레노버에 입사했고 입사 후 2년 만에 팀장으로 승진, 1990년에는 레노버 기업발전부 부장에 오르는 등 남다른 실력을 보였다. 속도가 너무 빨랐던 탓일까. 1990년 5월 쑨훙빈은 13만 위안의 공금횡령을 이유로 공안에 체포됐고 1992년 유기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감형을 받아 1994년 3월 석방됐으며 지난 2003년 10월 법원이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언했다. 

출소 후에도 쑨 회장의 도전정신은 꺾이지 않았다. 1994년 톈진으로 향한 쑨 회장은 친구들과 부동산중개업체 톈진순츠(順馳)부동산판매대리공사를 설립했다. 그를 눈여겨 봤던 레노버의 류찬즈(柳傳志) 회장이 빌려준 50만 위안을 종잣돈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03년 순츠는 톈진을 넘어 전국으로 뻗어가며 대형 개발업체로 성장했다. 1년여 만에 중국 전역 1200㎡의 토지를 확보하고 8000명의 직원도 거느리게 됐다. 이 시기 쑨 회장은 상업 부동산 사업을 전담하는 룽촹을 설립한다. 

쑨 회장의 도전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고급 토지에 고가의 빌딩 ·주택을 건설·판매하는 전략은 초반에는 먹혔지만 곧 높은 비용과 낮은 수익이라는 부담으로 돌아왔다. 자금난에 봉착하자 2007년 순츠를 홍콩 부동산개발업체 로드킹에 매각하고 룽촹 경영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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