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이야기] 中 부동산 '왕'의 귀환...'진흙탕' 싸움 끝 돌아온 완커

2017-06-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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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룡급' 개발업체 완커, 1년여 경영권 분쟁 종지부...창업자는 떠나

업계 1위 탈환 여부 관심...부동산 구매제한에 따른 시장 부진이 문제

사업 다각화 통한 새로운 성장 기회...중·장기 안정적 성장 전망

[완커로고]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의 인기 아파트 브랜드인 진써청스(金色城市)의 모습. [완커 진써청스]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왕이 돌아왔다. 중국 대표 부동산개발업체 완커(萬科)가 1년 이상 지속된 ‘진흙탕’ 경영권 분쟁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고 업계 1위 재탈환을 노린다. 

지난 12일 중국 국영 지하철운영업체 선전메트로가 완커 지분을 추가로 확보, 대주주가 되면서 중국 A주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소식과 함께 분쟁 속에서도 가파른 실적 상승곡선을 그렸던 완커가 둔화색이 짙어진 부동산 시장에서 재도약할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집중됐다.
완커 경영권을 둘러싼 전쟁은 지난 2015년 12월에 시작됐다. 완커 경영진이 중견건설업체 바오넝(寶能)그룹 세력이 커지는 것에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후 완커 경영권을 둘러싼 치열한 지분 경쟁이 시작됐다. 여러 기업이 뒤얽혔고 주주대상 소송전도 벌어졌다. 완커의 완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바오넝의 적대적 인수가 성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선전메트로가 ‘구세주’로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6년 10월만 해도 완커의 최대주주는 지분 25.4%의 바오넝이었다. 화룬(華潤)그룹, 안방보험, 헝다부동산 등이 각각 15.29%, 6.18%, 4.68%로 그 뒤를 따랐다. 선전메트로는 올해 1월 화룬그룹 보유 지분을 매입해 2대 주주가 됐고 지난 12일 헝다그룹 등 그 외 자회사를 설득해 추가로 지분 14%를 확보했다. 총 지분 39%로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선전메트로는 기존 완커 경영권을 유지하되 창업자인 왕스(王石) 회장은 물러나고 위량(鬱亮) 사장 중심의 체제로 전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왕 회장은 21일 사임 의사와 함께 이사직도 지명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돌아온 왕에 대한 시장 관심은 크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홍콩 증시 완커(02202) 전망 평가등급을 ‘부정적’에서 ‘안정’으로 조정했다. S&P는 "선전메트로와 완커가 손을 잡으면서 불확실성과 경영손실이 크게 줄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에 시달렸지만 중국 1, 2선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완커의 실적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여왔다. 완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 급증한 3647억7000만 위안, 영업수익(순매출)은 2404억8000만 위안 육박했다. 순익은 16% 급증한 210억2000만 위안이었다. 총 판매면적은 33.8% 급증한 2765만4000㎡, 상품방(매매가능한 모든 부동산) 시장 점유율은 3.1%에 달했다.

하지만 경쟁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 등과 비교하면 다소 부진한 성장세로 결국 완커는 2위로 밀려났다. 

완커가 다시 업계 1위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 시장은 최근 중국 부동산 업계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진 점을 들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완커가 경영권 분쟁을 겼었던 시기에 중국 1선, 2선 도시 집값이 급등하고 개발업체 실적도 치솟았다. 지난해 10월 자산거품 붕괴와 이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한 당국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구매제한령,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강경책을 내놓으며 통제에 나섰다. 규제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지난 5월 완커 매출액은 전월 대비 1.35%, 전년 동기 대비 14.32% 감소한 358억9000만 위안에 그쳤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둔화세가 당분간 지속되고 이에 따라 개발업체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망을 낙관했다.

중국 경제 전문매체 지통재경망(智通財經網)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고 둔화 속에서 부동산 업계 구조조정, 사업 다원화 등 활로찾기도 이어져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가 최근 물류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완커는 물론 상당수 업체가 물류창고 등 인프라 확보로 수익창출을 노리고 있다. 이 외에 해외시장 진출, 중국 당국이 추진하는 신도시화,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수도권, 일대일로(육·해상실크로드) 조성 등에서 새로운 기회도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1984년 중국 선전에 뿌리를 내린 완커는 중국 '공룡급' 부동산개발업체다. 1988년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어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2010년 상업 부동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홍콩, 싱가포르,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2013년에는 미국 부동산 개발업체 티시먼스파이어와 합자회사를 세워 샌프란시스코에 호화 아파트를 건설 중이다. 

선전증권거래소는 물론 홍콩 증시에도 안착한 동시 상장사로 지난해 개통된 ‘선강퉁(홍콩·선전거래소간 교차거래 허용)’의 기대주다. 2015년 중국 브랜드가치연구원이 선정한 ‘2015 중국 500대 브랜드’이며, 지난해 8월에는 중화전국공상업자연합회(공상련)이 발표한 ‘2016 중국 500대 민영기업’에서 10위에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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