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주 기자 =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경제연계협정(EPA) 협상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자동차 관세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면서 협상 개시 4년 만에 일·EU EPA가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협정 발효 이후 7년에 걸쳐 일본 자동차에 대한 유럽 내 관세가 폐지되면 세계 시장에서의 일본차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이 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빠르면 6일(이하 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일·EU 간 EPA 관련 큰 틀에서의 합의를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재 3~4% 내외의 관세가 붙는 자동차 부품도 협정 발효와 동시에 조건부 폐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 현지에서는 유럽 내 판매 대수에서 다소 밀리고 있는 닛산, 도요타, 스즈키 등 일본 자동차업체와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자동차 관세 문제가 해결되면서 또 다른 현안인 치즈 관세에 대한 의견차도 좁힐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낙농 분야에서 경쟁력이 강한 EU 측은 그동안 치즈 전품목의 관세 철폐와 인하를 요구했지만 일본 내 낙농 산업 타격을 우려한 일본 측이 양보하지 않고 맞서면서 그간 답보 상태를 보여왔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협상단은 EU 측이 자동차 관세를 상당 부분 양보한 만큼 유럽산 치즈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럽산 가공 치즈에는 최대 4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밖에 △ 유럽산 와인 관세 즉시 폐지 △ 유럽산 육류(돼지고기)·목재 관세 삭감·폐지 △ 일본산 녹차·주류 관세 즉시 폐지 등은 원만히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EU간 EPA 규모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할 전망이다. 일본 내에서는 보호 무역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기로 한 상황에서 양측의 EPA가 체결되면 일본과 유럽의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