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서울 서초구 재건축 추진단지 가운데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도입하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년에 부활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선 연말까지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 공동시행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 건축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시공사 공동시행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조합원 동의를 받고 있다. 조합은 동의서 징구를 마무리하고 오는 8월 조합원 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하는 등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마칠 수 있도록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공동사업시행은 조합이 주체가 되는 기존 재건축 방식과 달리 조합과 건설업자가 함께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조합은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택지와 사업에 필요한 서류(사업시행인가, 이주 및 철거, 착공, 준공 등 관련 서류 일체)를 건설업자에게 제공해야 하며, 건설업자는 대여금을 조합에 제공하고 건축물 철거와 함께 사업시행인가 내용대로 건축 및 토목공사, 부대시설 공사 등을 완수해야 한다.
작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돼 이 방식을 통하면 시공사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전 단계인 건축심의 이후로 약 3개월을 앞당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재건축 사업의 공동시행자가 되면 대관 업무를 비롯해 사업비 집행 등 전반적인 사업이 훨씬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재건축 조합들이 공동시행방식을 택하는 것은 막대한 부담금을 내야 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그 이상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발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조합에선 공동시행방식으로 사업시행인가와 시공사 선정절차를 병행해 최대한 빠르게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여의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탁방식 재건축이 유행했던 이유도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신탁사들은 '간소화된 절차'를 경쟁력으로 내세워 초과이익환수 제도를 피하려는 갈 길 급한 사업장들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신탁사를 통한 재건축은 기존 정비사업과 달리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할 필요가 없어 사업 기간과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합 집행부의 비리와 횡령 문제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현재 여의도 시범·공작·수정·대교아파트를 비롯해 강동구 삼익그린2차, 서초구 방배7구역 등이 신탁 방식 재건축을 채택했다.
기존 조합 중심의 재건축에서 탈피해 다양한 대안 사업방식을 통해 사업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끌고 나간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무리한 사업 방식을 조합원들에게 강요할 경우 향후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재건축 사업은 충분한 검토와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곳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경우 추후 조합 또는 시공사와 분쟁 등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