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 중국 등 해외 여러 나라의 은행들은 뛰어난 기술력과 유통망을 가진 IT기업들과 협력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IT기업들은 송금, 대출 등 은행 업무에 직접 뛰어들어 은행의 경쟁 상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 수준이다. 필요성을 느끼는 데 반해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내외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최근 국유은행들과 자국 내 IT기업 간 제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6월에만 벌써 세 건이나 체결됐다. 중국은행-텐센트, 농업은행-바이두, 공상은행-징둥상청이 주인공이다.
중국은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하는 등 금융과 IT의 결합을 통해 이미 큰 시너지를 거두고 있다. 향후 발전성 역시 더욱 기대되면서 IT기업 못지않게 은행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 공상은행의 기업가치가 웰스파고를 앞지르고,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기업가치가 각각 6, 7위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협업을 통한 시너지는 기대 이상으로 크다"며 "국내 금융회사들도 변화에 발맞춘 혁신적인 태도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아마존과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가 새로운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프라임 스튜던트'에 가입한 학생들에게 학자금대출 금리를 할인해주는 것이었다. 비록 이 논의는 몇 달 만에 무산됐지만 당시 공룡 IT기업과 은행의 결합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와 별도로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 등록된 소규모 판매자들에게 최장 1년 동안 최대 17% 이자로 대출해 주는 사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은 앞으로 이 같은 은행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글로벌 유통업체 월마트도 꾸준히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미 10년 전에 은행영업 인가를 신청한 것은 물론, 3년 전부터는 미국 내 월마트 간 송금 업무도 시작했다. 은행영업 인가는 당시 의회와 금융권의 반발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월마트는 포기하지 않고 카드사와의 제휴로 체크카드를 발급하거나 수표 환금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과 IT의 융합은 단순히 은행 이용 고객들에게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IT기업들이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도 통신사와의 제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핀테크 협력의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국내 은행권의 IT 융합은 파급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신한금융과 아마존의 전략적 제휴를 제외하면, 새로운 사업을 기대할 만한 파트너십은 없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은행 등 금융권이 핀테크를 빨리 수용하고 있지만 동시에 신경써야 하는 규제도 많다"며 "다만 해외시장 확대 등의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세계 유수의 IT기업들과의 협업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