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동행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현지 에너지 기업과의 글로벌 파트너링에 성공했다.
최 회장은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1조8000억원을 미국에 투자하는 한편 약 3조~5조원 규모의 잠재적 투자 기회도 모색한다.
29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 세인트레지스호텔에서 GE, 콘티넨탈리소스와 미국 셰일가스 중심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 체결식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유정준 SK E&S 사장과 존 라이스(John Rice) GE 부회장, 헤롤드 햄(Harold G. Hamm) 콘티넨탈 회장이 참석했다.
SK그룹은 이번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자회사인 SK E&S를 앞세워 GE와 공동으로 미국 내 셰일가스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SK는 에너지 공급 역할을 담당하며 GE는 발전 설비를 공급해 프로젝트 정보와 네트워크를 공유하기로 했다.
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미국산 셰일가스를 판매할 수 있는 발전사업 등의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한 공동 마케팅도 진행하기로 했다. 셰일가스뿐만 아니라 동남아, 중동 지역에서의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 사업과 관련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더불어 SK그룹은 콘티넨탈이 확보한 셰일 개발 운영 역량과 정보를 활용해 공동개발을 확대하기로 했다. 셰일가스 등의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SK E&S는 이번 MOU에 앞서 콘티넨탈과 셰일가스 공동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2014년 당시 콘티넨탈로부터 3억6000만 달러에 미국 현지 가스전 지분 49.9%를 인수해 7600만t의 총 매장량 중 3800만t 규모의 가스를 확보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연간 수입 천연가스 총량인 약 3345만t보다 많은 규모다.
◆상호 발전…최태원식 글로벌 파트너링 성공
SK그룹은 이번 MOU가 미국 본토의 자원을 확보해 '무자원 산유국'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제3국에 수출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개발 정책으로 '제2차 셰일혁명'이 예상되는 만큼 각 기업들이 보유한 역량과 정보, 네트워크 등의 경영 인프라를 공유하는 최 회장식 글로벌 파트너링 모델을 만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지속가능한 사업협력을 위해 양쪽 사업 당사자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전제돼야 한다"며 "이번 MOU는 미국발 제2차 셰일혁명을 활용해 양국 기업은 물론 양국 정부까지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차원 높은 글로벌 파트너링 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번 MOU가 양국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확보해 국내 청정 에너지 비중 확대에 활용하고 중동에 편중됐던 LNG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신재생 발전 사업 등을 통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의 37% 감축목표 중 12%에 해당하는 해외배출권 확보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SK그룹이 장기간 검토한 끝에 향후 5년간 1조8000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최대 5조원 규모의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연간 2조원 수준의 미국산 에너지 생산 및 수출로 무역수지 개선과 4000~5000명 이상의 고용 효과도 예상된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추진 중인 자원개발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가 가능한 셈이다.
이항수 SK그룹 PR팀장(전무)은 "SK의 대표적인 성장전략은 SK 관계사가 해외 대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한 뒤 자원·기술·마케팅협력 등의 방식으로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파트너링"이라며 "최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SK의 강점인 에너지·화학, ICT,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