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지난 2013년 ‘슈퍼스타K5’에 출연해 우승을 차지한 뒤 가수로 데뷔한 박재정이 오랜만에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활동 대신 간간히 음악으로만 팬드을 만나왔던 그가, 신곡 ‘시력’으로 여름의 초입에서 애절한 감성을 선사한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박재정을 만났다. 약 3년 전, 데뷔 당시 만났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조금 더 여유가 있어진 모습이었다. 일단 오랜만에 나오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박재정은 지난 2015년 지금의 소속사인 미스틱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겼다. 이후 규현과 함께 한 ‘두 남자’와 지난 5월 월간 윤종신 5월호에 참여한 ‘여권’을 제외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신곡으로는 이번이 소속사를 옮긴 뒤 처음이다. ‘두 남자’와 ‘여권’이 박재정의 가능성을 보여준 곡이라면, 이번 곡은 발라더 박재정의 모습을 더욱 보여줄 수 있는 곡이다.
“사실 ‘시력’이라는 노래를 2년간 준비했어요. 2년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더 곡이 아니고 제가 미스틱과 계약 후 처음으로 받은 신곡이었죠.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죠. 015B 정석원 선생님께서 제게 최적화된 발라드 곡으로 만들어주셨어요. 저의 음역대나 멜로디를 연구하셔서 만들어주신 음악이죠. 당시에는 멜로디만 나온 상태였고, 가사는 윤종신 선생님께서 제게 물어보시고 맞는 가사도 써주셨죠. 되게 감사했습니다. 이런 시적인 표현과 글이 발라드의 처음이 되길 바랐는데 ‘시력’을 듣고 정말 노래를 잘해야겠다 싶었습니다.(웃음)”
박재정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발라더라는 꿈을 미스틱으로 옮기면서 비로소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소속사에서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 속에 2년이 넘는 시간을 묵묵히 인내하고 아이덴티티를 쌓아올렸다. 그렇게 감미로운 목소리의 발라더 박재정이 탄생할 수 있었다.
물론, 고민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발라드 가수가 꿈이었던 그는 열아홉살에 ‘슈퍼스타K’라는 큰 무대를 통해 데뷔했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렇게 데뷔했지만 결국 자신의 음악을 찾아가는데 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언제 잘될까 하는 생각이 많았어요. 사실 데뷔 당시에는 직업의식이 내가 왜 가수를 해야하고 노래를 해야하는 게 중요했어요. 막연하게 좋은 기회로 큰 무대에 서게 되면서 열아홉 살에 떴는데 어쩌면 저의 시작을 다시 해야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렇게 제로 베이스에로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느꼈고, 작년 미스틱 오픈런이라는 소극장 공연으로 관중들과 직접 부딪히고 경험을 쌓았어요. 그리고 음악 학교에 들어가서 음악을 갓 시작하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음악을 기초부터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죠.”
박재정이 가수로서 설 수 있었던 시기를 잡아준 공백기에 대해 덤덤히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그는 문득 “제가 좋아했던 음악을 들었을 때는 제가 받았던 수혜들이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입을 열었다.
“듣고 싶을 때 음악을 들으면 위로를 받았고, 정말 힘들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도 살아 숨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누군가에게 저도 그러고 싶었어요. 멋지고 싶었죠. 잘 돼야겠다는 생각보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것 같아요. 또 제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윤종신 선생님께서 기다려주신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박재정은 발라더라는 꿈을 제대로 실현 시켜준 미스틱에 큰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미스틱이에요”라고 깊은 애정을 전했다.
“제 꿈을 서포팅해주시고 제 꿈을 위해서 일해주시니까 너무 감사드리죠. 저는 윤종신 선생님의 제자기 때문에 잘 배우고 잘 공부할 수 있는, 학교 같은 공간이에요. 그래서 계속 잘해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천천히 꾸준히 가려는 마음을 다잡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함은 있었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자신의 인지도를 쌓고 다양한 곳에서 이름 석자를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그는 물 들어올 때 노젓기 보다 차근 차근 해내고 싶은 어른 스러움을 보였다.
“조바심이 있었던 것도 맞아요. 잘 돼야 할텐데, 조금 더 잘해야할텐데 하는 조바심이요. 그런데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중요했고, 저는 꾸준한 것도 좋은데 꾸준함 속에서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어요. 제가 잘 해왔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시작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었고, 또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여러 곡으로 분산되기 보다는 한 곡 한 곡 적응이 되고 난 뒤에 원하는 앨범이나 분위기의 곡들을 자연스레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박재정이 음악을 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서다. 그는 “이 직업을 왜 해야 하는지, 위로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이 생겼어요”라고 웃었다.
“그런 목적의식이 생겨야 더 긍정적이고 옳은 생각을 갖고 할 수 있잖아요. 데뷔 때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을 때도 잘하고만 싶었는데, 이제는 왜 잘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아요. 더 좋은 음악을 통해 위로를 드리고, 결과적으로는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음악을 자신의 직업으로만 삼고, 그저 성공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가수들도 있다. 그러나 박재정은 음악으로 말미암아 많은 대중들에게 위로를 건네길 바랐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진짜 가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올해로 스물 셋, 아직은 어리지만 어리기만한 나이는 아니다. 그는 대중들이 자신의 어른스러움을 알기 바란다고 웃으며 “원래 생각이 많은 친구라고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대중 분들께서 제 음악을 들으셨을 때 좀 더 진지하게 들어주시길 바랄뿐이에요”라며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재정의 꿈은, 앞으로도 발라드 가수로 남고 싶다느 것이다. 음원 성적에 대한 큰 꿈을 꿀수도 있겠지만 그는 2년 만에 내놓은 자신의 노래에 대해 빠른 시간내에 성적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감사하겠지만, 저는 23살의 박재정은 ‘시력’으로 기억을 해주셨으면 해요. 열아홉살 때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거였고, 꾸준히 음원을 발매하며 계속 박재정이라는 사람에 대해 기록되어 지는 거잖아요. 저를 관심있게 봐주시고 적극적으로, 섬세하게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의 올해 목표는 많은 방송 활동과 공연이다. 그리고 여러 앨범을 통해 팬들과 만나기를 희망했다.
“저는 하고자 하는 건 포기하지 않아요. 포기하고 싶단 생각보다, 저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요. 그런 자세들을 가지려고 노력했고, 또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 그게 제가 가진 장점이라 생각해요. 그런 저의 장점을 이번 신곡 ‘시력’을 통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기 바라고, 많은 분들과 공감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