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하람(Haram)’이라는 말은 ‘금지된(Prohibited)’라는 의미로 이용되는데, 무슬림에게 엄격히 금지되는 식품이나 소비재를 지칭할 때 쓰인다. 할랄과 하람의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은 대상에 대해선 ‘슈브하(Shubhah)’로 표현되는데, 이는 ‘의심스러운(Suspected, Doubtful)’이라는 의미로 섭취나 활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식품업계에서 할랄 시장은 지난 2012년 1조880억달러 상당 규모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중동 등 이슬람 국가들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오는 2018년 1조62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식품업체 120여개도 430여개 품목에 대해 할랄인증을 통과한 바 있다. 해외 할랄시장에는 라면과 과자 등 가공제품을 만드는 외식업체 39개가 진출했다.
최근에는 국내 업체들이 할랄 인증을 두고 희비가 엇갈리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9일 네네치킨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혜인식품은 말레이시아 법인인 'NNC 푸드'와 현지 진출 계약을 체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가 지원하는 할랄인증 획득 지원 사업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반면, 인도네시아로 수출된 한국 라면에서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돼지 유전자(DNA)가 검출되면서 삼양과 농심, 오뚜기 등의 라면 제품이 수입허가가 취소되기도 했다. 페니 쿠수마투티 루키토 인도네시아 식품의약청장은 "인도네시아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국 라면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일부에서 돼지의 DNA가 검출됐다"며 “해당 제품에는 할랄 식품이 아니라는 표기가 되지 않아 피해를 유발해 일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제품을 즉각 회수한다"고 밝혔다.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토이반 할랄’이라는 개념도 생성되기도 했다. ‘토이반(Thoyyiban)’은 ‘좋은(Good)’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 ‘웰빙 할랄’로 확대한 셈이다. 종교적 의미에 국한된 ‘할랄’을 넘어서 비무슬림 소비자들에게도 품질과 안전, 위생, 청결, 영양 등을 고려한 ‘할랄’ 브랜드를 지향한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이슬람 국가들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해 시장 확대는 다른 국가들과 상이한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통상 경제수준의 향상은 ‘유기농 식품’의 수요를 증가시키기 마련인데, 이슬람의 경우 ‘할랄’시장 성장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 이슬람중앙회(KMF)의 한국 할랄인증이 JAKIM(말레이시아 공식 할랄인증 기관)과 상호인정이 됐고 이미 상당수의 한국 기업들이 할랄인증을 받았지만 정작 할랄인증을 활용한 해외 현지 마케팅은 아직 초보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할랄 시장을 선도하는 MIHAS를 비롯한 다수 전시회에서 한국관은 여전히 조립식 부스에 적은 수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한국 할랄 마케팅 관련 유관기관들의 체계적인 협조와 할랄인증 획득 기업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