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남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대북정책이 ‘뜨거운 감자’다. 논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못을 박아 놓은 대북정책의 핵심을 허물고 문 대통령 정부의 철학에 맞는 대북정책의 기둥을 세우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정책의 큰 방향이 바뀌는 마당에 이런저런 논란이 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친미적·반북적 정책에서 자주적·유화적 정책으로 180도 선회할 것으로 의심(?)받는 상황이 아닌가.
정부는 아직까지는 무척 조심스럽다. 박근혜 정부가 서둘러 배치한 사드(THAAD) 미사일문제를 건드렸다가 미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수습하는 모습이 그렇다. 또 문정인 특보를 워싱턴에 보내 불쑥 ‘한·미군사연습 축소’를 언급했다가 파문이 일자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경고했다고 발표한 일도 마찬가지다. 일종의 치고 빠지기를 시도한 셈이다.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대놓고 목소리를 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하면 현 정부의 정책 전환 시도는 ‘애교 수준’일 정도다. 그런데도 논란은 9년 전과 비교할 때 결코 약하지 않다. 왜 그럴까.
일단 노무현 대통령은 전임 김대중 대통령 정부의 대북정책, 대미정책 기조를 이어받고 확대·강화하는 방향이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정책이나 10·4 남북정상회담은 당시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충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감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과 색깔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이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9년여 지속된 친미·반북적 정책을 크게 선회하는 상황이어서 작은 일에도 큰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북한의 사정이 크게 달라진 점이 조그마한 사건조차 논란을 크게 키우는 이유로 꼽힐 수 있다.
한·미군사연습 축소 논란 역시 사드 논란과 맥락이 같다. 미국이 전에 없이 B-1B 전략폭격기 등 이른바 ‘전략자산’을 빈번히 동원하는 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함으로써 도발 의지를 꺾으려는 뜻이다. 과거엔 굳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핵실험·미사일 실험을 거듭해 실전배치 단계에 이른 현재 상황에선 ‘무시무시한’ 전략자산을 대거 동원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최근 안보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제기하는 안보위협이 9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이 특전사를 제대했고 실향민 출신임을 들어 자신의 안보관을 의심하는 건 지나치다고 강조해왔다. 또 이를 입증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강력히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안보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말로만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달리 말하면 눈앞에 닥친 막강한 안보위협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국민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한 대책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 걸핏하면 논란이 커지는 것이다.
현재의 논란은 이 점에서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은 북한이 무너지기 전에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따라서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 보유를 기본 명제로 하고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컨대 ‘핵에는 핵’이라고 우리가 핵 무장을 해야 할지, 아니면 미국의 ‘확장 억제’에 적극 의존할지, 아니면 북한을 달래가면서 지낼지 등등.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은 북한이 보기엔 세 번째 옵션에 가까울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0년 한·미 양국정부의 북한 핵문제 대책이 실패했음을 감안할 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확고한 안보대책을 먼저 제시하지 않는다면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