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노후 인프라 예측관리로 안전을 강화하고 미래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단기적인 유지보수와 사고 발생 후 사후 관리에서 미래를 대비한 중장기적이고 선제적 대응으로 대전환하는 ‘서울 인프라 다음 100년 프로젝트’의 시작을 선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30년 경과 시설물(교량, 터널, 상하수도 등) 실태평가보고서를 5년마다 작성하고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노후 인프라에 대한 연차별 투자계획을 담은 종합관리계획을 2020년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또한 구축된 노후 인프라 실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최적의 개량 시점을 산출해내는 미래예측모델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첨단장비 기술개발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다는 생각이다.
과거 관행에 비춰 보면 중앙정부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모두들 내다보고 있다. 노후 인프라 개량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원 분담과 제도적 기반 구축은 서울시만의 문제 제기가 아니다. 이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실이 지난해 9월 발간한 2016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에서 노후 인프라 시설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국회·정부차원의 관련 제도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의견이 제시된바 있다. 노후 인프라가 집중된 도시지역과 같은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확대가 시급함도 강조되었다.
중앙정부는 신규 SOC 건설에 대해 건설비의 50% 정도는 지원하지만 준공후 보수·보강·성능개선·교체 등의 개량 투자는 지자체가 전적으로 책임진다. 원론적으로 이런 원칙은 맞다. 하지만 공공시설물의 관리주체인 중앙정부, 지자체, 공기업(한전과 한전 자회사는 제외) 등 어느 기관도 민간 아파트의 노후화와 재투자를 대비해 적립·집행하는 장기수선충당금에 해당하는 돈을 전혀 적립하지 못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안전을 위협당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준공후 40년이 넘어 ‘재투자 시대’에 접어든 지자체 소유 노후 인프라(상하수도, 교량 등 생활인프라) 개량에 재원조달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과연 무리한 처사일까.
지난해 추석 직전 경주 지진으로 학교 등과 같은 기존 공공시설물의 내진보강이 국민들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는 2011년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수립하였고 1단계가 끝난 2015년 12월 말 기본계획 대비 20%가 조금 넘은 실적을 발표했다. 100점 만점에 20점, 말도 되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다. 더 심각한 것은 시설물관리주체별 달성도다. 즉, 중앙정부 시설은 계획 대비 55% 달성도를 거뒀다.
반면 지자체가 관리하는 시설의 내진보강 달성도는 고작 7%에 불과했다. 학교 내진보강 문제가 지자체만이 당면한 과제가 아니다.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함께 생각해볼 문제다.
올해 1월 지자체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관리하고 스스로가 등급을 매겼던 약 18만 개소의 특정관리대상시설(상하수도, 교량 등 주로 생활인프라)이 ‘시설물안전법’의 제3종시설물로 편입됐다. 노후 인프라 전문가는 노후 시설물에 대한 조사·진단 체계화와 최소한의 보수·보강활동만으로도 향후 5년간 5만개를 상회하는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노후 인프라 개량은 국민 안전과 일자리 창출의 킹핀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중앙정부는 서울시 등 지자체가 요구하는 노후 인프라 개량 부족 재원 지원과 국가 차원의 노후인프라 관리제도 마련을 담아내는 기본법 성격의 ‘노후 인프라 관리 기본법(가칭)’의 제정을 새 정부 100일 과제로 풀어내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