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 2011년 일본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의 최대 매출처로 등극한 뒤 올 1분기에도 1위 고객사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양사는 최근 수년간 특허 공방으로 갈등을 빚고 있으나 적어도 사업 차원에서는 밀월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애플은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모바일 메모리 반도체 등을 기술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삼성으로부터 공급받아 아이폰을 비롯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에 공급선 다변화를 통한 구매력을 유지하고자 일본, 중국, 대만 업체들을 대상으로 투자와 제휴를 단행하면서 삼성전자를 견제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모습이다.
14일 관련 업계 및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 이사회는 대만 홍하이정밀공업(이하 홍하이)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는 애플의 인수전 참여는 아이폰 최대 수탁생산기업인 홍하이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까지 포함해 메모리 반도체 공급선이 한국에 집중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에 대한 반감이 강한데다가 강력한 경쟁 상대인 미·일 연합에 SK하이닉스와 손잡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 컴퍼니까지 합류, 15일 열리는 도시바 이사회에서 발표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알려져 전망은 비관적이다. 미·일연합은 일본의 민·관 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KKR 등이 연합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조직이다.
애플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8’에 처음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키로 하고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다. 애플은 OLED 탑재를 결정하기에 앞서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했으나 양산 기술이나 생산규모 등에서 월등히 앞선 삼성디스플레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IHS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소형 OLED 패널 시장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98.5%로 사실상 시장을 독점했으며, 제조 기술 및 해상도 구현 등 기술적인 면에서도 경쟁사 대비 최소 10년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용 디스플레이를 공급받아왔던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에 OLED 패널 개발·생산을 요청했다. JDI 전체 매출의 40%는 애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애플은 삼성 의존도 회피 전략에 따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JDI로부터 OLED를 공급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분기(2017년 1~3월)를 포함해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 자금난에 빠진 JDI가 사업 구조조종을 개시하면서 애플의 전략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JDI는 애플의 지원으로 산업혁신기구(INCJ)로부터 750억엔(한화 약 7700억원)을 투자받아 OLED 개발에 나섰으나 수율불량 등으로 양산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추가 투자도 쉽지 않아 연내 설립할 계획이었던 OLED 자회사 ‘JOLED’ 프로젝트도 연기하기로 했다. 이는 애플이 당분간 삼성 OLED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애플이 삼성전자에 한방을 날린 것은 지난해 아이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생산을 대만 TSMC로 전환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을 독립사업부러 격상시키는 등 이 분야 사업을 확대키로 했으나 애플에 이어 퀄컴까지 빠져 초기 안착에 애로를 겪고 있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은 미세회로 공정 진척도에 따라 잃었던 고객들을 되돌릴 수도 있어 삼성전자는 향후에는 애플과 퀄컴이 되돌아 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어떻게 해서든지 삼성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지만 경쟁사 대비 삼성의 경쟁 우위가 뚜렷한 상황에서 아이폰의 품질을 떨어뜨려가면서까지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삼성도 당장은 애플과의 협상에서 동등하거나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나 앞으로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경쟁력 우위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