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때 중국 민족 대명절인 춘제(春節·음력 설) 열차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13억 인구가 한꺼번에 몰려 온라인으로 표를 예매하기 때문이다. 이때만 되면 중국 기차표 공식 예매사이트인 '12306망(網)'은 서버가 걸핏하면 마비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12306망의 고질적인 서버 먹통 현상은 사라졌다. 올해에도 초당 최고 40만명이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서버는 끄떡없었다.
이는 모두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한 결과다. 고가의 서버를 별도로 직접 구입해 운영할 필요 없이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공유할 수 있는 게 클라우드 서비스다. 12306망의 경우, 트래픽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열차표 잔여수량 검색 서비스 플랫폼을 클라우드 업체에 위탁하고, 12306망에서는 열차표 예약과 결제 서비스만 담당하는 방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클라우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의 이니셜을 따서 'ABC' 핵심 기술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중국에서 게임·미디어·쇼핑·공공행정·금융·의료 등 분야에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손을 안 뻗친 곳은 드물며 클라우드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중국 IT전문매체 36Kr에 따르면 중국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 789억 위안으로, 2012년과 비교해 두 배 넘게 성장했다. 36Kr은 중국 클라우드 시장이 연간 20% 이상 성장률을 지속하며 올해는 966억 위안(약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정부나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 계열사인 알리윈(阿里雲·알리클라우드)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알리윈의 지난해 중국 공공 클라우드 시장점유율은 40.67%에 달했다.
알리윈은 알리바바가 지난 2009년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만들었다. 설립 10년도 채 안 돼서 알리윈은 이미 아마존의 AWS,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Azure)와 함께 '트리플A(3A)'로 불리며 세계 3대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알리윈의 성장세도 거침없다. 아리윈은 8분기 연속 영업수익이 100% 이상씩 증가하며, 한 해 영업수익이 66억 위안에 달하고 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중국 웹사이트의 37%는 알리윈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알리윈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료 회원 수는 87만4000명이 넘는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3대 통신사를 비롯해 시노펙·쉬궁 등 국유기업, 해관총서 등 공공기관에 빅데이터 분석및 자료저장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협력하고 있다. 보다폰, 필립스, 시세이도, 네슬레, 슈나이더 일렉트릭 같은 글로벌 기업도 모두 알리윈의 주 고객이다.
알리윈의 글로벌 사업도 400% 가까이 증가하는 등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알리윈은 2014년 홍콩을 시작으로 미국·유럽·싱가포르·일본·두바이 등지에 해외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싱가포르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교통카드 '이지링크(Ez-link)' 카드 역시 알리윈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있다. 알리윈은 올해엔 인도, 인도네시아에도 데이터센터를 각각 설립하며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이로써 알리윈은 중국 국내외에 모두 14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알리윈은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안성 강화를 위해 양자암호통신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는 '알리바바 은행'으로 불리는 마이뱅크에서 시범적으로 적용됐다.
알리윈은 항저우 시후구 인근에 ‘클라우드 밸리’도 짓고 있다. 총 건축면적 27만7600㎡ 부지에 총 12억 위안을 투자해 조성 중이다. 오는 2020년 완공 후엔 알리윈을 비롯한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기업이 입주, 이곳은 중국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기술허브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 치열해진 경쟁··· 달랑 1원에 클라우드 사업 수주도
텐센트는 지난 2013년 클라우드 사업부를 운영하며 알리바바보다 한 발 늦게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5년간 연간 20억 위안씩, 총 100억 위안 이상을 클라우드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텐센트 클라우드 사업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네 배로 급증했으며, 향후 3년 내 100억 위안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텐센트는 자사의 게임이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글로벌화를 위해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2014년 7월 홍콩을 시작으로 싱가포르와 캐나다 토론토에 잇달아 데이터센터를 열었으며, 올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텐센트는 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도 뭄바이, 러시아 모스크바, 그리고 서울에 추가로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넷마블, 에이밍, 게임빌, 슈퍼셀 등 글로벌 게임회사들은 이미 텐센트 클라우드의 주 고객이다.
2015년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한 바이두 역시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함께 클라우드 서비스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두는 현재 산시성 타이위안 철도국과 철도·도로·항공을 하나로 묶은 스마트 물류 클라우드 플랫폼을 건설하는 등 점차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밖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도 올해 공공 클라우드 전문 부서를 신설해 2000명의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73세의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직접 올 초부터 3개월 동안 쓰촨(四川)·산시(陝西)·산시(山西)·광둥(廣東)·저장(浙江)·후베이(湖北) 등 6개 지방정부를 돌아다니며 현지 정부 지도자와 만나 클라우드 컴퓨팅·스마트도시·빅데이터와 관련한 전략적 협의도 체결했다.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낙후된 지방정부 행정시스템에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들은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올 초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의 495만 위안 규모에 달하는 행정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 사업 입찰에서 달랑 0.01위안(약 1.66원)을 써낸 텐센트가 수주해 논란이 인 게 대표적이다.
다만 중국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외국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중국이 이달부터 시행하는 사이버보안법에는 '중국인의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는 기업은 반드시 중국 현지에 해당 서버를 둬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했다. 이는 중국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만큼, 중국 클라우드 기업들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거침없을 것으로 보인다.
◆ 고속철, 원자력 이은 또 하나의 명함
'IT공룡'을 중심으로 중국 클라우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경제주간은 클라우드가 중국 고속철, 원자력 굴기에 이어 중국의 기술 굴기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명함이 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은 클라우드 기술 방면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CAICT)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6년 클라우드 백서'에 따르면 가상화, 분산처리 기술 같은 클라우드 핵심 기술의 특허출원 건수는 중국이 4906건으로 미국의 8360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유럽은 557건으로 3위에 그쳤다.
중국 정부도 클라우드 시장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2015년 11월 ‘클라우드 컴퓨팅 종합표준화 체계 건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클라우드 시장의 규범화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올해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3년 액션플랜(2017~2019년)’을 발표해 오는 2019년까지 중국 클라우드 시장 규모를 4300억 위안(약 71조원)까지 확대할 것이란 목표도 제시했다.
여기에는 클라우드 관련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클라우드 기술 수준을 국제 수준급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공행정 등 부문에서 적극 활용하고, 클라우드 업체들이 수월하게 금융조달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클라우드 기업 경쟁력을 키우기로 했다. 특히 중국은 향후 글로벌 시장에 내세울 만한 2~3개 클라우드 공룡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정부들도 클라우드 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알리바바 그룹이 소재한 저장성이 대표적이다. 저장성은 지난 2014년 중국 지방정부 중 최초로 클라우드를 행정 서비스에 도입한 곳이기도 하다. 저장성은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 10만개 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해 저장성을 중국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 중심지로 만들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