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인상 발언으로 가계부채 이슈 등이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기존 '베이비 스텝' 대신 '마이크로 스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인하 폭을 줄여 시장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자는 주장이다.
마이크로 스텝은 현재의 금리 조절 폭인 25pb(1bp=0.01%포인트)를 10bp 또는 15bp 등 25bp 미만으로 세분화하는 것이다. 금리를 쪼개서 관리하자는 뜻이다. 25pb씩 금리를 조정하는 현재의 방식은 '베이비 스텝'으로 불린다.<관련기사 3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통화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투자도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경제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갑작스런 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충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베이비 스텝'보다 '마이크로 스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현재 국내 경제가 저금리·저성장 체제로 들어서면서 25bp 금리 변동 시 경제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리가 1%대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과거와 똑같이 25bp씩 움직인다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끊임없이 대두됐지만, 1년째 금리가 동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시기에 10~15bp 변동률을 도입한다면 경기진작 효과를 얻으면서 동시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1년 동안 1.25%에 멈춰 있던 국내 기준금리를 한 번에 1.5%로 높이는 것보다 1.35% 혹은 1.4%로 올리면 가계대출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고 금리인상 여력을 아낄 수 있다.
과거 금통위원들도 '사상 최저금리 시대에 굳이 25bp 단위로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12회에서 8회로 줄어들면서 소폭 변동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마이크로 스텝'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은이 1999년 금리목표제를 도입한 이후 줄곧 베이비 스텝을 불문율처럼 유지해온 만큼 이 원칙이 흔들리면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25bp가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수치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