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VS 신동주, 다시 불 붙은 ‘형제의 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1일 SDJ코퍼레이션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를 주총 안건으로 제출했다.

롯데홀딩스는 롯데 일본 계열사의 지주회사이자,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5년 1월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된 이후 그해 8월과 지난해 3, 6월 3차례 주총 표 대결에서 패해 지금까지 경영 복귀를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역전을 노리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현재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죄 가능성이 크다며 주주들을 설득하면 승산이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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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인 광윤사(지분율 28.1%)의 대주주라는 점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SDJ 측의 경영 복귀 전망과 관련, 롯데그룹은 낙관론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세 차례 이사직 복귀 안건에 대해 광윤사를 제외한 주요 주주들이 신 회장을 지지해왔고,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어 ‘현 (신동빈) 경영 체제 지속’을 결의했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최근 대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법정대리인)으로 ‘사단법인 선’을 최종 확정한 것도 신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인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했으나, 대법원이 재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경영 복귀를 노린 신 전 부회장의 입지가 한층 좁아지게 됐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이규철 전 특검보를 변호인으로 영입해 반전을 노렸다. 이 변호사는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비리(부당급여 지급 사건) 혐의와 관련해 변호를 맡았으나, 특검 활동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롯데그룹 경영 전반을 살펴본 터라 신 회장으로선 부담스런 인물이다.

향후 변론의 범위가 신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과 지주사 전환 반대까지 확대될지, 롯데그룹은 촉각을 곤두세운 터였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8일 SDJ 측 변호인단을 돌연 사임했다.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롯데그룹 관련자 사건을 수임한 일이 부적절한 처신이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롯데제과 중심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 태클을 걸었다. 지난달 22일 법원에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주주총회 의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 신 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롯데쇼핑의 본질가치를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에 의욕적으로 나섰던 신동빈 회장도 이번엔 제법 뿔이 난 모양새다. 지주사 전환은 신 회장이 지난해 10월 경영혁신안 발표 등을 통해 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해 추진해 온 역점 사안이다. 롯데그룹은 준법경영위원회 출범과 지주사 전환을 통해 ‘클린 기업’을 목표로 삼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은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외부 전문기관의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라며 “(SDJ 측이) 혼란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방해하려는 시도에 대해 법과 규정에 따라 분명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