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8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의 조기총선 출구조사 결과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의석 과반 획득에 실패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날 영국의 BBC과 ITV, Sky 등 방송 3사가 투표 마감 직후 공동출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보수당 과반 확보 실패할 수도···출구조사 결과에 파운드화 하락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EU 탈퇴를 위한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있는 영국 정치 상황은 더 불투명하게 된다. 이런 불안감을 반영하듯 출구조사 발표 뒤 지난주 1.3달러 사이에서 거래되던 파운드화는 1.6% 추락하면서 1.2746달러 선까지 밀려났다.
MUFG의 환율분석가인 리 하드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출구조사 결과가 현실로 드러날 경우 파운드화의 하락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블룸버그 설문 결과 보수당이 과반확보에 실패할 경우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한 파운드 중간값은 1.2350달러다.
BBC의 정치 에디터인 로라 쿤스버그는 "메이 총리가 던지 조기총선 요구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었다면서 "그는 강력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내걸었지만, 오늘(선거일)이후로 그 리더십은 사라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보수당은 다른 정당과의 연정을 꾀할 수밖에 없다. 어느 당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 상태에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힘들어진다. 브렉시트에 있어 보수당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당은 브렉시트에는 찬성하지만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의 혜택은 유지해야 한다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주장하고 있다.
◆ 복지축소 등 보수당 정책이 패착으로…최종 결과 지켜봐야 신중론도
당초 영국 총선은 2020년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을 위한 강력한 정치력이 필요하다며 조기총선을 요구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 보수당은 지지율에서 노동당을 20% 포인트나 앞서면서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선거운동이 진행되며 상황은 급변했다. 브렉시트보다는 복지와 치안 등 국내 이슈가 선거판을 이끌었다. 보수당은 이른바 '치매세'로 불리는 '사회적 돌봄'(social care) 지원 축소 정책을 발표로 흔들렸다. 노인들이 받을 수 있는 요양비 수급기준을 대폭 올리면서 유권자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제러미 코빈이 이끄는 노동당은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For the Many, not the Few)를 선거 캠페인으로 내세우면서 복지 강화로 여론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여기에 노동당 등 야당은 영국 내 계속되는 테러의 원인이 메이 총리가 내무장관 당시 경찰의 인력을 2만여명이나 줄였기 때문이라고 공세를 퍼부어 보수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그러나 출구조사의 결과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은 출구조사 발표 뒤 "2015년에도 방송 출구조사는 우리의 표를 적게 예상했었다"고 말하면서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는 보수당 314석, 노동당 239석 등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의석수는 보수당 331석, 노동당 232석으로 보수당이 과반을 넘어선 바 있다.